(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 투자자가 '금리'라는 도박판에서 크게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4일(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저축가는 '금리' 카지노에서 대형 손실을 내고 있는데, 채권 투자자도 그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기조는 의학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탈(脫) 억제제(disinhibitor)'다. 금리 상승을 일시적으로 가로막으면서 사람들의 피를 끓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침묵시킨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저금리는 충동적이고, 금융 규범을 무시하는 것이며, 잘못된 리스크 평가로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다.

배런스는 "그들(저금리)은 냉정한 투자자도 술 취한 사람이 빈속에 술을 들이붓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다"고 평가했다.

크레디트가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났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투기등급의 회사채 품질은 심각하게 고꾸라졌는데, 2007년 1월 당시 투자 등급 미만의 대출기관 가운데 19.7%가 Caa~C등급에 분포했다. 이 등급은 무디스가 책정한 가장 낮은 단계로, 최근 이 등급 비중은 19.7%에서 43.6%까지 급증했다.

이런 질적 악화는 레버리지 론 등에 집중됐다. 경기 확장기에도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보인다면, 다음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매우 놀랄 수 있다는 게 배런스의 설명이다.

매체는 "월가의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은 채권 금리의 상승이란 억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며 "레버리지를 쌓고 주식은 랠리를 보이고, 사모펀드는 번창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급락세로 주택 가격은 10년 만에 52% 급등했다. 이는 주택 보유자에게 요긴할 수 있지만, 주택을 임대한 미국인의 35%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명목상 시간당 임금이 26% 오르는 동안 주택 임대료를 반영한 소비자물가지수는 32% 급등했다.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일부에게 도움이 되지만 다른 일부에게는 상처가 된다. 경제 구조를 왜곡하는 방식이라면 모든 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금리가 곧 가격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가격 통제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미국의 예금자들은 지난 10년간 6조6천억 달러의 이자 소득 가운데 5~6천억 달러를 사실상 몰수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예금 금리가 중앙은행의 통제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최소 1%포인트는 높았을 것이라고 이 기관은 예측했다.

배런스는 "연준은 완전 고용과 2%의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렇게 채권 금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저렴하고 풍부한 신용 여건은 미국의 국내 석유 및 휘발유 생산을 증대시켰고, 이에 따라 유가는 하락했고 미래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도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위한 노력(저금리)에도 유가는 떨어졌고, 연준은 다시 이런 현상의 꼬리를 쫓는 것처럼 보였다.

신용이 넘쳐나자 레스토랑 건설도 크게 늘었다. 패스트푸드 신규 매장 건설은 지난 2008년에도 약화하지 않았다. '부채가 생산을 이끈다'는 격언처럼 레버리지 사업이 생산량을 늘렸고, 동시에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마진은 나빠졌다.

배런스는 "연준이 적어도 한 가지의 인플레이션은 부양했다"며 "원했던 바도 아니고 측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것은 은퇴 비용의 증가"라고 꼬집었다.

10년 국채 금리가 5%에 도달하면 100만 달러의 저축으로 5만 달러를 벌 수 있지만, 금리가 2.5%라면 같은 저축 규모에 이자 소득은 2만5천 달러로 줄어든다. 연금 수령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저금리 현상에 대한 동전의 이면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배런스는 "연금 펀드에서 주식과 채권은 자산이고, 갚아야 할 부채"라며 "연준의 의도대로 금리가 낮아질수록 이들 자산 가격은 오르지만, 이제 당신은 5만 달러를 벌기 위해 2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급진적인 통화정책과 그에 따른 채권 금리는 일부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나머지 사람에겐 형벌이 된다"며 "투기꾼은 이득을 보고 예금자는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끌어내린 지난 10년간의 실험은 결국 손해 보는 장사라는 게 매체의 주장이다.

매체는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경제학자들의 말이 이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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