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빅터 리 빌라노바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미국시간) 미 경제방송 CNBC 기고에서 기준금리가 2.5%로 여전히 낮고 대차대조표 규모는 4조 달러나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인플레이션도 통제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려한 불황이 실제로 닥칠 경우 연준이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제한적이고 공격적인 자산 매입으로 돈을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란 얘기다.

아울러 리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연준의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리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불황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면서 정치적인 압력도 연준을 고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를 꾸준히 올려온 연준에 대해 '미쳤다'고 평가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의 해임까지 검토한 바 있다.

리 교수는 성장 부진의 책임을 연준에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면서 연준에 대한 신뢰 훼손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연준은 최근 비둘기파로 돌아서며 금리 인상을 중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까지 언급하며 연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격 미달인 두 명의 인물을 정치성향을 보고 연준 이사에 지명하려한다며 스티븐 무어는 연준에 비판적인 인사이고 허먼 케인은 피자 체인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고 말했다.

케인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서 이사직을 수행한 바 있으나 지역 연은의 이사가 통화 정책과 관련한 재계의 민원 창구 역할만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통화 정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리 교수는 소수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연준 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으나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연준의 독립성이 점차 훼손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이 정치적인 무기로 변질되는 것이고 미국 경제에도 매우 좋지 않은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 교수는 정치 압력과 경기 둔화 조짐이 연준의 정책 경로를 바꾼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과 아웃풋 갭(실제 국내총생산과 잠재 국내총생산의 차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테일러 준칙'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량보다 준칙이 통화 정책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는 현재 연준의 입장은 오히려 연준을 외압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 교수는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과 함께 프린스턴대에서 연구했으며 애틀랜타 연은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