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말 연장 영업이 만료돼 국가로 귀속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새 주인 찾기가 시작된다.

30여년간 자리를 지켰던 롯데가 수성에 나선 가운데 알짜배기 점포인 인천터미널점을 뺏긴 신세계도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여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국토교통부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달 말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 상업공간 임대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낸다.

공단 관계자는 "국토부와 세부일정 등 조율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이달을 넘기지 않고 30일께 매각 공고할 예정"이라며 "6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기에 입찰서 접수 등 전체적인 일정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자는 6개월간 인수인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영업할 수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가격뿐 아니라 정량적 평가 점수 등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영등포역과 서울역사 상업공간은 각각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임차해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1991년 역사 완공 시점부터 영업 중이고 롯데마트는 2004년부터 한화에서 재임대받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두 사업장의 사용 기간은 2017년 말까지였으나 국토부에서 입주업체와 상인들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료 기간을 2년 유예했다.

이 두 점포는 유통업계에서도 알짜배기 사업장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매년 매출액이 5천억원 안팎으로 전국에서 상위 5위권 안에 든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점포로 연 매출 1천500억원 이상을 올리는 핵심 점포다.

특히 임대 기간을 기존 최대 10년(5+5년)에서 20년(10+10년)으로 연장하고 재임대도 허용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유통업체들의 관심도 커졌다.

사업 기간이 짧으면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사업자 참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대형 유통업체들도 재빠르게 사업성 검토에 착수하는 등 입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는 물론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 등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서울역사보다 영등포점에 관심이 많다.

기존 영등포점과 이마트,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 1월 롯데에 빼앗긴 인천터미널점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영등포역점 입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영업점과의 시너지를 포함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며 "매각공고가 나면 세부 내용을 검토해 입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수원 등 2개 점이 민자 역사에 위치한 AK플라자도 역사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만큼 입찰 후보로 거론된다.

오는 8월 구로 본점 철수로 서울 내 영업점이 사라지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입찰 가격은 사업영위 기간과 계약 단위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장에서는 각 역사 임대료가 연 200~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한화역사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순매출액의 1.3%, 1천억원 초과분부터는 2%를 추가해 받고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연 매출이 1천500억원으로 가정하면 임대료는 200억원이 넘는다.

10년~20년 장기계약할 경우 임대료 수준이 낮아질 수 있지만,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도 있다.

다만 낙후된 시설 리모델링 등 1천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투자비용 등이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신규산업자가 주변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점포 1km 이내 전통시장과의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 등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역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이 보장돼 입지적인 매력이 큰 곳으로 입찰 가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면서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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