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국제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며 채권시장이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EAB인베스트먼트그룹의 아르님 홀저 매크로 전략가는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를 통해 "유가 랠리가 채권 투자자의 어두운 글로벌 경기 전망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배럴당 0.75달러(1.1%) 상승한 66.3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은 한국 등 8개 국가에 적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예외 조치를 다음

달 2일부터 중단한다고 전일 발표했다.

홀즈 전략가는 "산유국 사이에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고 유가 상승으로 공급 제약이 더욱 커진다면 미국 국채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오른 WTI가 원자재에 대한 공업용 수요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수요 증가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변곡점에 도달할 경우에는 국채 시장의 경기 비관론도 저항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홀즈 전략가는 "WTI의 회복세가 옳은 방향이고 경제를 전복하지 않는다면, 이는 실질적인 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10년 국채 금리도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20bp 이상 오르며 2.57%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금리 반등세는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마켓워치는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WTI는 지난해 12월 저점을 보인 뒤 최근까지도 꾸준히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와 WTI 최근 변동 추이>



유가의 급등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채권의 고정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또한 글로벌 경기 호조를 나타낼 수 있고, 이는 결국 부채 가격을 짓누르며 채권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홀즈 전략가는 "유가 상승세는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강력해지는 '그린 슈츠'의 전조일 수 있다"며 "실제 중국은 장황한 재정 부양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자는 이런 흐름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그는 경고했다.

다만, 최근 지표상에서 원유의 실질적인 수요 증대가 증명되지는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호주와 캐나다, 벨기에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 원유 활용도(uptake)가 떨어진다는 신호가 확인됐다.

IEA는 "현재 수요 예측이 정확한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위험 요인은 현재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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