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장남인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내부 '교통정리'가 끝난 것으로 여겨졌던 한진가(家) 후계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앞서 한진이 지난달 24일 고(故)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한진가 3세들의 경영권 분쟁 우려도 해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진이 끝내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변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봉합되는 듯 보였던 남매간 경영권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그러면서 발표 연기의 배경으로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진도 자료 제출이 늦어진 배경으로 '차기 동일인에 대한 내부적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고 조 회장이 갑작스러운 별세로 한진가의 후계 구도 완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은 KCGI 등 외부의 견제 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일단 조원태 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 완성을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다만 고 조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의 상속을 두고 내부 의견을 통일하는 데 실패하면서 균열이 다시 터져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장남인 조원태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전무는 각각 2.3%대의 지분만을 보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고 조 회장이 남긴 지분 17.84%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결국 조원태 회장의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명희 전 이사장과 삼남매 간의 지분 상속에 대한 합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만,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최근에도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KCGI는 지난달 24일 한진칼 지분율을 14.98%까지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인 고 조 회장의 지분율(17.84%)을 '턱 밑 추격'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내부 조율 뿐 아니라, 외부 견제 세력인 KCGI의 행보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CGI가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는 정황 등이 포착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부 조율에도 실패하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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