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소득주도 성장'을 내 건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중 가장 큰 성과는 가계부채 관리다. 1천5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국내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할 잠재요소로 손꼽히지만, 치솟던 증가율만큼은 서서히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한국GM 등 굵직한 대기업의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며 산업재편에도 시동을 걸었다.

◇ "가계 빚 잡아라"…부동산·금융·세제 정책 총망라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은 1천534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중에서 가계대출은 1천444조5천억원으로 5.4%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2016년 11.6%까지 치솟던 가계신용 증가율은 2년 사이에 6%포인트(p) 주저앉았다. 2016년 내내 급증하던 가계대출 증가액도 해가 갈수록 평균치가 낮아졌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10조원대로 증가액이 낮아지며 3분기 연속 하향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쏟아낸 10여 차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이 그 배경이 됐다. 과거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던 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부동산으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한 달 뒤 '핀셋 규제'라며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이들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p씩 낮추는 게 핵심이었다.

취임 100일 기념간담회에서 '더 많은 부동산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보란 듯이 추가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지역의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11개 자치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8·2 대책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다. LTV와 DTI가 40%로 줄고 주택담보대출도 세대 기준으로 바뀌는 초강력 대책이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는 최고 62% 중과로 급격히 인상됐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돈줄 죄기에 나섰다. 신(新)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제도가 등장했다.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를 엄격히 평가하는 신DTI는 DSR로 발전해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을 공급하는 기준이 됐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학자금 대출, 자동차 구입 할부금까지 포함하는 DSR은 은행권 가계대출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86.1%에 달하면서 2010년 이후 상승추세를 이어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소득주도 성장이라지만 여전히 부채주도 성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SR 등 금융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힌 것은 명확한 성과"라며 "다만 총량규제와 흡사한 현재의 정책이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순 가계부채 규모뿐 아니라 경제 장과의 연계요소에 대해서도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원칙 없인 상생도 없다"…구조조정으로 산업재편 시동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언급한 국정과제다. 실제로 금호타이어와 STX조선, 동부제철, 대우조선해양, 한국GM, 아시아나항공까지 지난 10여년간 산업은행이 풀지 못했던 기업 구조조정 난제들은 문재인 정부 2년 차부터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산은은 KDB생명과 대우건설까지 언급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간 정부는 구조조정에 3가지 원칙을 제시해왔다. 고용감축 최소화와 지역협력, 중소기업 배려다. 실사에 따른 숫자만을 구조조정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철학도 수차례 언급했다.

어느 구조조정이든 노조와 국회, 지역사회의 압박이 수반될 수밖에 없으나 이들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고용에 있어서만큼은 더욱 그랬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 노조가 연구개발 법인분리를 반대할 때도, 박삼구 금호 회장이 기대치를 밑도는 자구안을 내놓았을 때도 시장에 시그널을 보냈다.

노동계는 여전히 한국GM과 대우조선을 두고 정부와 금융당국을 탓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연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잃은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론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업을 시작으로 산업재편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치적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우조선 매각은 국내 조선업이 빅2 체재로 재편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이슈에서 당국과 산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뢰가 두텁다"면서 "조선업을 시작으로 자동차, 건설도 산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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