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 피습과 미·중 간 무역불안 완화 등으로 상승했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74달러(1.2%) 상승한 61.7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무역협상 관련 소식과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 석유수출국기구(OPEC) 보고서 등을 주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상 충돌로 촉발된 무역전쟁 우려가 이날은 다소 진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협상 가능성을 강조하는 등 불안을 완화하는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저녁 백악관 만찬에서 "무역협상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3∼4주일 이내에 여러분들에게 알려줄 것"이라며 "나는 (협상이) 매우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도 "적절한 때가 되면 중국과 합의를 할 것(make a deal)"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중국과 약간의 사소한 다툼(a little squabble)이 있다"면서 무역 합의는 "틀림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트윗에서 "시진핑 주석과 나의 우정과 존경은 무한하지만, 합의는 반드시 미국에 위대한 것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고 그(시 주석)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도 지속했다.

추가 3천억 달러가량에 대한 관세도 "강력하게 검토 중이다"는 위협도 이어갔다.

양호한 미국 경제와 중국으로부터의 대규모 관세 수입 등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미국이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 기대를 제시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도 완화했다.

전일 600포인트 넘게 내렸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은 300포인트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다시 발생한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사우디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동서를 잇는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석유 펌프장 두 곳이 폭발물을 실은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세계 원유 공급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석유 펌프장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사우디 유조선이 피습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이란은 유조선 등의 피습이 자국과 관계없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등에서는 이란 소행일 것이란 추측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중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이후 호르무즈 해협 등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 및 사우디 등 미국 우방과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간헐적인 무력 충돌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편 OPEC은 이날 내놓은 월간 보고서에서 4월 회원국의 산유량이 전월보다 하루평균 3천 배럴 줄어드는 데 그쳐 하루평균 3천31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산유량이 하루평균 16만 배럴 이상 줄었고, 사우디의 산유량도 하루평균 4만5천 배럴 감소했다. 반면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등의 산유량이 늘었다.

OPEC은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다니엘 브레이세만 원자재 연구원은 "이란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없고 조사를 해 보라는 입장이다"라면서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사고를 상당한 공급상의 위험요인으로 더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1천85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며, 이중 극히 일부만이 송유관을 통한 유통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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