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커브)의 역전이 심화하는 데 대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웰스파고 측은 현재 채권 커브에 미치는 구성 요소를 만기별로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슈마허 금리전략 헤드는 2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채권 커브는 더이상 신뢰할만한 경기 침체 예측 수단이 아니다"며 "커브의 예측력은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채권커브의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판단한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폭이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슈마허 헤드는 현재 채권 커브에 미치는 요인을 1년 미만의 단기물과 그 외의 장기물로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주문했다.

1년물 또는 그 이하의 구간에서는 금리가 본질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영역이 된다. 연준이 이 영역을 잠궈버린 이상, 연준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에는 6개월물이나 1년물 등의 금리를 시장이 자유롭게 변경할수 없다.

반면에 이보다 긴 채권, 즉 2년물과 10년물, 심지어 30년 국채 등에 대해서는 소위 '자유사격지대(free-fire zone)'라고 슈마허 헤드는 분석했다.

시장은 이들 채권에 대해서는 최근의 무역전쟁 그리고 여타 리스크 오프 요인들을 반영해 금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채권 커브 역전은 연준에 속박된 초단기 구간과 리스크 오프 요인을 반영한 장기 구간의 격차를 의미하는 것일뿐이라는 얘기다.

슈마허 헤드는 "채권 커브가 현재 역전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의미에서 중앙은행 때문에 채권 커브의 경기 침체 능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미국 연준뿐 아니라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그동안 대규모로 자산을 매입한 탓에 장기 금리가 더욱 짓눌러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슈마허 헤드는 "이들 중앙은행의 위치는 (여전히 채권시장에서) 매우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금리는 짓눌릴 수밖에 없고, 커브는 평탄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무역전쟁 확전 우려 등에 2.12%까지 급락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금리가 더욱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 놀랍지만, 이런 움직임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급락에 대비해 그간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최근 금리는 바닥 수준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커브가 크게 평탄화하는 환경에서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는 "단기 국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G20 회담에서 만나기까지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브렉시트,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 등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슈마허 헤드는 "앞으로 몇 주간 단기물을 고수할 것"이라며 "이는 한 달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G20에서 대형 사진을 찍으며 악수를 하면, 채권 커브의 활주로도 진입하기에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 시점에서는 쉽지 않지만, G20 등을 계기로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된다면 채권 커브가 반작용에 따라 가팔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격차>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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