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민은행이 맥쿼리, 블랙록 등과 손잡고 선진국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 딜 위주였던 투자은행(IB) 시장 내에서 시중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인프라 투자를 선점하고자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맥쿼리인프라운용과 블랙록자산운용이 내놓은 인프라 관련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규모를 1천억원까지 늘렸다.

지난달 클로징 된 '맥쿼리유러피안인프라스트럭쳐펀드(MEIF·Macquarie European Infrastructure Fund)' 6호에는 약 24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은 물론 노르웨이, 스위스 지역의 항만, 공항, 철도, 수도, 가스, 전력, 신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인프라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정부의 규제가 반영되는 자산인 덕에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배경이 됐다. 배당률도 다른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출자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 같은 투자를 연이어 해왔다.

'맥쿼리슈퍼코어인프라펀드(MSCIF·Macquarie Super Core Infrastructure Fund)'에는 270억원, '맥쿼리오스트레일리안인프라신탁(MAIT·Macquarie Australian Infrastructure Trust)'에는 190억원가량을 쏟았다. '블랙록글로벌에너지앤파워인프라펀드(BGEPIF·Blackrock Global Energy & Power Infrastructure Fund)' 3호에도 240억원을 넣었다.

맥쿼리와 블랙록을 통해 선진 인프라 시장에 투자했다면,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했다.

KB자산운용이 설정한 글로벌인프라펀드(GIF)에 국민은행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해 2천200억원을 조성한 게 대표적이다. 그룹 내 CIB 부문을 중심으로 해외 인프라 시장 진출 범위를 넓히겠다는 포부에서다.

국민은행은 그룹의 인프라 투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인프라금융부를 1부와 2부로 확대해 각각 사회간접자본(SOC)팀과 발전시장팀, 해외팀을 둬 기존 시장과 고객을 세분화했다.

지난달 2조원에 달하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 경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그간 인프라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1천680억원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PF 공동주선과 6천500억원 규모의 오리건 클린 에너지 발전소 리파이낸싱 신디케이션 대출 주선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맥쿼리나 블랙록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방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인프라 시장을 개척하는 데 더 주력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인프라 민자시장의 딜 가뭄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함께 해외 인프라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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