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잠잠하던 위안화가 또다시 들썩이며 포치(破七ㆍ달러당 7위안)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역외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은 전장대비 0.52% 오른 6.9623위안까지 올랐다.

지난달 초 미국이 2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한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6.94위안대로 올랐던 위안화는 이강 인민은행장의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에 하루 새 0.4위안가량이 급등해 7위안까지의 거리를 좁혔다.

작년 11월13일 이후 가장 높게 오른 것이다.

10일 오전 8시32분 현재 역외 달러-위안은 전장 뉴욕대비 0.04% 상승한 6.9446위안에 거래됐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 7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으로 위안화가 일시적인 절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균형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했을 때 통화정책 조정 여지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강 행장은 "금리에 있어서 상당한 여유가 있으며 지급준비율(RRRㆍ지준율) 여유도 상당하고, 재정 및 통화정책 도구로 그렇다. 조정의 여지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말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배녹번 글로벌의 마크 챈들러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강 행장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시장이 환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주말을 앞두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면서 역외 달러-위안의 7위안 돌파를 당분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궈수칭 인민은행 당서기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국영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위안화 환율 상승이 미국 탓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궈 주석은 "우리는 줄곧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무역 분야 충돌에 대응하려고 조처한 적이 없다"면서 "위안화 공매도에 투기했다가는 반드시 거대한 손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6.9위안을 돌파한 데 따른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 발언은 한동안 계속됐었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8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을 상쇄하려고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위안이 6.3위안에서 6.9위안으로 움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전통적으로 환율 조작을 위해서는 외환시장의 공식적 개입은 특정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환율을 지지하기 위한 개입은 환율 조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시장에 개입하고 난 이후에 개입하지 않게 되면 시장은 (당국이) 환율의 약세를 원하고 있다는 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과거 위안화 절하를 막기 위한 상당히 오래 시장 개입을 했으면서 최근에 위안화 약세에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달러-위안 환율은 이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 이후 3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회동에서 별다른 합의를 하지 못하고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달러당 7위안은 쉽게 깨질 가능성이 크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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