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들어 일본계은행이 우리나라 익스포저를 축소하고 나서면서 국내은행도 이들의 영업행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대출 영업에 주력해온 일본계은행의 빈자리를 국내은행이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MUFG)과 미쓰이스미토모(SMBC), 미즈호(MIZUHO), 야마구찌(Yamaguchi) 등 일본계은행 4곳의 국내 총여신은 18조2천995억원으로 반년 새 2조7천억원 넘게 줄었다.

은행별로는 미즈호가 8조2천383억원으로 여신이 가장 많다. 이어 미쓰비시파이낸셜(5조7천551억원)과 미쓰이스미토모(4조2천172억원), 야마구찌(888억원) 순이다.

이들 은행의 여신은 국내 기업과 국내에 진출한 일본기업에 대출해준 돈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계은행들은 CB(커머셜 뱅크)로서의 역할이 강했다.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확장적 통화정책에 기반해 본국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해 해외에서 대출 영업을 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일본계은행의 기업대출은 국내은행과 1%포인트(P) 넘는 수준까지 금리 차이가 나기도 한다.

반면 금리 경쟁력이 없어 예금은 끌어오지 못했다. 일본계은행의 수신은 거의 없는 상태다. 다소 보수적인 영업관행 탓에 파생상품도 기본 구조가 아닌 구조화상품은 잘 취급하지 않는다. 무역금융과 기업대출 등 시중은행과 시장이 겹친다.

이러한 일본계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익스포저 축소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점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여신영업을 강화하고 싶지만, 본점 방침에 따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대출의 중단 여부를 검토해왔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일본 정부 차원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던 시기였다.

국내 외인지점의 총 여신이 78조원 규모임을 고려하면 일본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중국계(34%)에 이어 두 번째다. 비중 자체는 크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크진 않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오히려 국내은행 입장에선 재무구조가 탄탄한 일본의 중소·중견 우량 기업을 대출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통상 일본계 벤더사 연계로 대출을 이용한 기업들은 일본계은행을 주로 이용했지만 정부 차원의 통제로 벤더사는 물론 은행 영업이 둔화하면 그 수요가 국내은행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일본계은행이 강화된 규제 아래 여신축소에 나선다면 국내은행에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과 은행 모두 대출금리가 부담이다. 특히 대출을 이용해온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계은행에서 국내은행으로 갈아탈 경우 필연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내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며 일본계 은행 수준으로 대출을 공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은행이 일본계 은행의 익스포저 축소를 시장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혁균 국금센터 연구원은 "금리 차이와 각종 변수가 산재해있어 반사이익 여부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일본계기업을 확보할 기회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전체 금액 자체가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고, 오히려 시중은행 입장에선 그간 마케팅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은행의 반사이익 여부를 판단하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량 대기업은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 일본계은행이 자금을 회수해도 어떤 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릴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당국으로서는 지나친 자금이동이나 금리 등 다양한 옵션 등을 수시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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