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앞두고 연초 목표치 대비 120% 증액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국민은행이 연말까지 최대 2조6천억원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다. 내년부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나눠 가중치를 차등화하는 예대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예수금을 선제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연내 커버드본드 발행한도를 2조6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연초에 설정한 한도가 1조2천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반년 사이에 무려 120% 가까이 증액한 셈이다.

법상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 한도는 총자산의 4%까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7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은행은 14조원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프로그램을 구축한 상태다. 이 중 1조2천억원을 올해 한도로 설정한 것은 그간 발행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원화 예대율을 산정할 때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한도를 늘릴 유인이 생겼다.

국민은행이 재설정한 발행한도 2조6천억원은 원화 예수금 267조원(6월 말 기준)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 조성에 앞장선 국민은행도 당국이 제시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낮은 조달금리로 예수금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99.6%까지 치솟았던 국민은행의 예대율은 현재 97.7%까지 낮아졌으나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 아래서는 103%까지 치솟는다. 당국의 권고치(100%)를 충족하기 위해선 추가 예수금 확보가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 요구불성 예금과 저축성 예금을 3% 안팎으로 늘리고, 시장성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증권(RP)도 74%가량 늘려 발행한 것과 함께 커버드본드를 더해 예수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국민은행은 늘어난 한도를 바탕으로 지난달 23일 커버드본드 4천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금리는 1.50%로 전액 5년물로 구성됐다. 지난 5월(5년물 1.90%·7년물 1.96%)과 6월(5년물 1.61%) 발행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다.

당시 국고채 5년물이 1.383%, 산업금융채(이하 산금채) 5년물이 1.506%의 금리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1.50%의 금리가 투자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수준은 아니었음에도 장기투자자 기관을 중심으로 수요가 꽤 컸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AAA 등급의 국민은행은 사실상 신용위험이 없는 것과 다름없어 산금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행돼도 시장의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 편"이라며 "운용 규모가 큰 연기금이나 보험사 입장에서 갈수록 떨어지는 국고채 금리 추세를 고려한다면 국내 은행의 커버드본드는 여전히 메리트가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누적 발행 규모는 1조3천억원이다. 연간 한도를 고려하면 향후 5개월간 1조3천억원의 추가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발행 규모는 하반기 시장 금리 추세와 내부 자산, 부채의 듀레이션 상황에 따라 정하겠지만, 새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 한다"며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이 안착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 자체도 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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