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인민은행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위안화 기준환율도 7위안 돌파를 허용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절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대폭 절하를 허용하면서 미국의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위안화 절하와 자본 유출 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이후 위안화에 대한 투매와 함께 전세계 주식시장을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다시 외환시장이 당시와 같이 통제 불능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인민은행은 8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0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역내외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지 나흘 만에 기준환율 7위안 돌파를 허용했다.

같은 날 역내 거래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0.0029위안 상승한 7.0443위안에 마쳤고, 역외 거래의 뉴욕장 종가는 전장대비 0.1% 하락한 7.0738위안에 형성됐다.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는 인민은행 기준환율 대비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위안화는 지난 5일 역내외에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당시 급락세를 보인 이후에는 역내외에서 다소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을 대리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역할을 하는 중국 국영은행들이 위안화 매도를 어렵게 만드는 스왑거래에 나서고 있으며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NAR)가 9일 시장참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선임 아시아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 당국은 점진적인 위안화 절하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관측통은 "중국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7.2~7.3위안 수준으로 절하시키면 관세의 충격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는 중국 기업들의 달러표시 부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위안화에 대한 패닉성 매도를 불러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8일 보고서에서 "최근 위안화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달러-위안 환율이 7.3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의 바람대로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하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1일 3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위안화를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청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도 교착상태여서 위안화에 대한 하방압력은 단기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5년 극심한 자본유출이 나타나면서 인민은행은 국경간 위안화 이체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보내지 못하면서 엄청난 문제가 초래됐었다.

2017년 봄 이같은 제한이 해제됐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 인민은행이 비슷한 통제조치를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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