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외환시장으로 확산하며 중국 채권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역외 달러표시채권을 대거 발행한 만큼, 달러-위안 환율의 움직임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1일(현지시간)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규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를 대폭 절하한 뒤에 채권 투자자는 더욱 절박해졌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매체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수익은 모두 현지 통화로 발생하기 때문에 달러채 상환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등급의 중국 개발업체는 5~6%의 이자를, 투자등급 업체는 8~10%의 이자를 제공하면서 투자자는 그동안 손쉽게 높은 수익률을 취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분명히 취급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매튜스 아시아 크레디트오퍼튜너티 펀드의 테레사 콩 매니저는 "소액을 사들이며 이윤을 남기고 싶지만, 지금의 시장 변동성은 어느 정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개발업체는 그동안 달러 부채를 대규모로 쌓아왔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중국 당국이 국내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 대대적 단속에 나섰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역외시장에서 강제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중국의 유로본드(발행국 이외 지역에서 발행국 통화표시로 발행 및 거래되는 채권) 규모는 7천800억달러로 불어났고, 대부분이 부동산 부문에서 조달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중국 개발업체들이 역외시장에서 발행한 고금리 채권의 잔액 규모는 1천14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10년의 89억달러에서 대폭 커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달러로 채권 상환에 나서야 하는 중국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브랜드와인글로벌의 트레이시 첸 구조화 채권 헤드는 "위안화는 과대평가됐다. 7위안대 중반으로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역외 시장에 뛰어든 많은 중국 기업은 경험이 적어 쿠폰 지급도 벅찬 상환이다. 부동산 3위 기업인 항대부동산(China Evergrande Group)은 올해 10% 안팎의 금리로 60억달러 이상을 빌렸다.

바링스의 오모툰드 로알 신흥국 회사채 펀드는 "중국 개발업체 채권에 투자하면 신흥시장 어느 곳보다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유동성이나 그와 유사한 문제에 대한 위험도 크게 떠안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위안화는 지난 2015년 당시 6개월 동안 6%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대학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의 교훈을 중국 당국이 잊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일부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동시에 일부 기업은 역외시장 차입 비율을 이미 줄였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컨드리 가든 홀딩스는 지난 2015년부터 외국 차입 비율을 48%에서 29%로 줄였다. 환 헤지를 고려하면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로알 헤드는 "중국 위안화가 5% 움직이는 것은 시장에 많은 노이즈가 될 수 있지만, 기업 레버리지에 미치는 순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섰다. 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1% 오른 7.0211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낮아졌음을 뜻한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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