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손지현 기자 =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했던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의 평가손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일부에서 금융시장의 확률에 베팅한 위험한 상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이해했지만,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레버리지나 선물 풋옵션 등과 비교될만한 개념이 상품의 수익률 구조에 녹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연합인포맥스 해외금리 일중시세(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은 간밤 마이너스(-) 0.7121%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의 전액 손실구간(-0.7%)을 완전히 넘어섰다.

금리연계형 DLS와 DLF가 가장 크게 간과한 점은 금리의 방향성과 손실계수에 내포된 확률이다.

DLS는 쉽게 말해 기초자산이 지수가 아닌 금리나 기업의 신용에 기반을 둔 주가연계증권(ELS)이다. 통상 '녹 인(knock-in)'을 50% 수준으로 설정해 수익을 낼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그간 은행들이 DLS 관련 상품을 파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수보다 금리가 내포한 확률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녹인 구간이 50%로 동일하게 설정됐다 하더라도 코스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와 특정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다르다. 코스피지수 2,000이 1,000선으로 떨어지는 것과 국채금리가 연 1%에서 0.5%로 하락하는 것의 차이다.

ELS와 DLS는 모두 확률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주식처럼 정보 비대칭에 따라 매매 시점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에 기반에 거래된다. 고객 입장에선 수익을 볼 수 있는 상단이 제한적인데도 손실은 최대 100%까지 열려있다.

A 증권사 파생상품운용부 관계자는 "금리연계형 상품은 지수연계형과 비교해 시장의 심리에 베팅하는 성격이 더 짙다"며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한 줄에도 금리가 오르내리며 변동성이 극에 달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전문투자자에게나 적합한 상품"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투자자들이 상품에 녹아있는 레버리지나 선물 풋옵션과 유사한 개념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위험성 측면에서는 영국보다 독일 국채에 연계된 상품을 더 위험하게 봤다.

B 시중은행 WM사업부 관계자는 "독일 국채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는 금리 하락 폭 1bp당 2%씩 원금손실이 계산돼 사실상 200배 레버리지 개념을 포함한 것"이라며 "손실구간에 진입한다면 상대적으로 영국 금리상품보단 독일 금리상품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C 운용사 채권상품부 관계자는 "옵션에 풋을 걸어놓은 금리 풋옵션 매도 상품이나, 금리 낙폭이 크면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 개념상으로 채권선물 숏(short) 포지션에 비유하기도 한다"며 "키코(KIKO)와 유사성을 언급하는 것 역시 조기상환 일정 없이 일정 레인지를 벗어나면 손실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상품기획 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금리연계형 파생상품은 지난해 하반기 외국계 금융회사의 제안으로 업계에서 확산했다. 당시 대다수 시중은행 WM 부서의 검토 대상이 됐지만, 전략적으로 판매를 결정한 곳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정도였다.

D 증권사 리테일부서 관계자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금리 추세에 베팅한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판 은행이 이번에도 좀 더 과감한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물론 금리의 하락 폭을 이 정도까지 예상하긴 어려웠고, 그래서 이례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으로 보이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사모형 상품을 이 정도 규모로 판 것은 수수료에 목맨 은행의 전략적 판단 미스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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