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8월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금통위는 3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이같이 결정했다.

◇ 한국 둘러싼 불확실성 증폭…추가 인하는 '숨 고르기'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불확실성 장기화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은 전년 대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났다.

당초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전망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낮췄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은의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은은 전망할 당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아 성장률에 직접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민간 경제연구소나 해외 IB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더 낮게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0%로 낮췄다. 현대·LG 등 민간 연구소들도 2.0% 내외로 성장률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총재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 현안 보고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 당연히 통화정책으로 대응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위기와 같은 급박한 상황을 제외하고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지난달 금리 인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빨라진 가계 부채 증가 속도·원화 약세 부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전후로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빨라졌다. 2분기 가계 신용은 1천556조1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조2천억원 늘었다. 1분기에는 3조2천억원 증가에 그쳤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확대되고 기타대출도 증가로 전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지난달 신규 취급 주담대 금리는 2.64%로 편제가 시작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에 금융안정이 포함된 만큼,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는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집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이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하하면 지난 2016년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1.25%까지 다시 낮아진다.

한은은 경기 하방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했지만, 금리 인하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원화 약세 가능성도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하는 재료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원화 약세 트리거가 됐다. 경기 둔화로 한은의 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1,13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은 GDP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1,190원대까지 가파른 상승 압력을 받기도 했다.

미·중 무역 분쟁 격화,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환율은 상승 압력에 노출되어있다. 달러-원은 1,210원대 등락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시장 안정이 중요한 만큼 정부와 협력해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 중앙은행의 경쟁적 통화 완화정책…무르익는 인하 여건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대내외 불확실성 악화로 경제 지표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총재가 지난달 금리 인하 이후에도 "경제 여건 악화 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금융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시기에 쏠려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도 경쟁적으로 통화 완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말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한국보다도 앞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을 방어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매우 완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격적인 부양책을 펼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금융시장은 한은이 4분기에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시기는 10월과 11월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달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제시하는지 여부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가 달라질 수 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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