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해외에서 대마를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이 부장이 구속 기소돼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계열사 간 주식교환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영권 승계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선호 부장이 전날 인천지검을 직접 찾아가 구속시켜 달라고 요청한 데는 아버지인 이재현 회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전날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대마 밀반입 파문 이후 처음으로 아들인 이 부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력 재벌가의 장남이 다량의 대마 등을 직접 들여오다 적발된 것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컸던데 더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불구속 입건 조사를 벌이면서 특혜 논란까지 벌어지자 여론이 급속도록 악화했다.

이날 이선호 부장이 CJ그룹을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낸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선호 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함에 따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총수의 장남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선호 부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데 사실상 실형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부장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점, 대량 유통 목적이 아닌 개인 소비 목적인 데다 공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비판이 큰 상황에서 이 부장은 당분간 경영수업을 위해 회사로 복귀할 여지가 크지는 않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 부장이 근무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회사 내규에서 직원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장은 식품전략기획 1팀장에서 보직 해제되고 회사를 당분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이 부장은 23세인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CJ 지주와 식품·바이오 등 핵심 계열사를 맡을 차기 경영자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올 초 2대 주주로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17.97%)가 사업 분할에 나서자 이 부장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 부문은 CJ 지주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부장은 처음으로 CJ 지분을 2.8%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CJ신형우선주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 왔다.

신형우선주는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우선주로, CJ의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이 보통주 대비 주가가 낮은 신형우선주를 증여해 증여세 등 비용을 줄일 것으로 여겨지며 편법승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유죄를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이 가능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당분간 이 부장에게 자숙하는 시간을 주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승계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으로 경영권 승계의 키가 쥐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쟤계 관계자는 "올리브영 기업공개(IPO) 등도 차질을 빚는 등 사업 전반에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돌발 변수에 따라 승계 구도가 복잡해 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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