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웅진그룹이 그룹 내 핵심인 웅진코웨이 재매각에 성공하면서 무리한 인수자금을 끌어와 벌였던 '빚잔치'를 끝내고 일단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금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다시 사들이면서 옛 영광을 복원하겠다던 꿈은 반년 만에 깨졌고,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자금으로 빚청산에 나서야 할 상황만 남았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게임업체인 넷마블을 선정하는 안건을 상정·의결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지난 10일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에 깜짝 참여해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약 1조8천억 중반대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9만8천여원 수준으로, 11일 웅진코웨이 종가(8만1400원)보다 약 20% 높다.

웅진그룹과 넷마블은 세부적인 매각 가격과 조건 등을 협의하고 이르면 이달 안에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채무를 갚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웅진그룹은 지난 3월 웅진코웨이 인수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

2012년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지 7년 여 만에 다시 웅진코웨이를 사들였지만, 인수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억원의 인수금융을 썼고, 5천억원어치에 달하는 전환사채(CB)도 발행한 게 화근이었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웅진씽크빅의 순차입금은 1천억대에서 1조6천752억원(상반기 기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 계열사 웅진에너지까지 감사 거절의견을 받고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웅진그룹은 결국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에 놓였지만 넷마블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매각에 성공했더라도 실제 웅진그룹이 쥐게 될 돈은 거의 없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빌린 돈을 다 갚고나면 실제 웅진씽크빅으로 들어오는 돈은 2천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빌렸던 자금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주사인 웅진은 웅진코웨이 인수 당시 2천억원가량의 단기 사채를 빌렸는데, 지난 8월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1천400억원 중 900억원을 우선 상환했다.

나머지 500억원과 이자도 1년 만기로 내년 8월 안에 갚아야 한다.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웅진그룹의 사업 역량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확장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결국 그룹의 모태였던 교육사업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그룹을 정상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재매각이 마무리되면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도 매각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하고 학습지 자회사인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웅진씽크빅은 해외 교육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국내 학업인구 감소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젊은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현지 기업 등과 협업해 온·오프 교육시설 등에 투자·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웅진씽크빅과 함께 교육·출판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웅진 북센의 매각 철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 성공으로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되면서 웅진 북센을 급하게 팔아야 할 명분이 줄어들었고, 기존 교육사업 역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웅진 북센 매각 본입찰에 태은물류·현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한 곳이 단독 응찰했지만, 양측의 가격 협상이 길어지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 북센은 국내 도서 물류 시장 1위의 알짜 계열사로 웅진 입장에서는 코웨이 매각으로 북센 등 나머지 계열사 매각에 시간을 번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격 등에서 충분히 협의한 뒤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각 여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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