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오비맥주가 14일 맥주 카스의 출고가를 전격 인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의 소비 진작을 위해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1일부터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해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천203.22원에서 1천147.00원으로 4.7% 내리게 된다.

지난 4월 카스 병맥주 출고가를 1천147.00원에서 1천203.22원으로 인상한 지 6개월여 만에 원상 복귀하는 셈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가격과 관리비용 상승 등으로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2년 5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설명대로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이번 가격 인하는 테라의 인기로 흔들리는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테라는 지난 3월 시장에 출시된 지 30일여일 만에 100만상자(상자당 10ℓ 기준)가 팔렸다.

이후 판매 속도는 더 가팔라져 출시 3개월 만에 300만상자, 5개월 만에 600만상자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 8월 말에는 2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여름 성수기와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에 따른 국산맥주 수요 확대 덕에 테라는 5년 연속 맥주 부문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구원투수가 됐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오른 19.8%까지 상승한 반면 오비맥주는 1.2%포인트 줄어든 50.7%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의 맥주 점유율은 카스를 앞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테라의 인기가 예상보다 꾸준하게 상승세를 타면서 오비 측에서도 가격 조정 등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잦은 가격 변동이 주류 도매상들의 불만만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비맥주가 불과 6개월 사이 가격 인상과 인하를 4차례 반복하면서 도매상들의 사재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한시적 가격 인상 때에는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나서 카스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내린다고 해서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의 실제 판매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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