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커브)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커브 베팅 전략을 두고도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는 오랜 기간의 역전폭에서 벗어나 정상화됐고, 최근 금리 격차가 11bp까지 확대되며 지난 5월 초순 이후 가장 큰 폭의 플러스 격차를 나타냈다.

일반적인 이론으로 보면 커브 역전이 해소된 것은 채권 가격을 억누르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기대가 커졌다는 뜻이다.

뉴베르거 버먼의 타노스 바르다스 헤드는 "경기 침체 확률은 커브 스티프닝과 함께 낮아지고 있다"며 "위험자산과 회사채에 더욱 우호적인 환경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격차를 통해 경기 둔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의 경기 침체 확률은 지난 8월 44.1%에서 9월 37.9%까지 낮아졌다.

이런 최근의 커브 스티프닝은 영국의 질서 있는 브렉시트 기대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낙관론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어도 내년 6월까지 매달 600억달러의 재정증권을 사들이겠다는 발표도 단기 금리를 끌어내렸다.

커브가 역전된 뒤에 스티프닝을 보이는 것은 과거 세 차례의 경기 침체에서 모두 선행했던 움직임이기도 하다.

라보뱅크의 필립 마리 선임 전략가는 "역전되지 않은 커브를 축하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폭풍전야"라며 "채권시장의 신호는 전반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시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커브 전략을 짜야 한다.

커브 역전 뒤의 스티프닝 베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시장에서 검증된 전략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기채 숏 포지션을 가져가는 동시에 단기물을 매수하는 것으로, 경기 상황 악화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개입이 단기금리를 끌어내린다는 이론에 기초한다.

실제 이달 초 씨티은행은 2년물과 10년물 커브에 대한 스티프닝을 권고했다. 이는 경기 침체 확률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최고의 방식이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연준이 중간 조정 성격 이상의 금리 인하 여지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보스턴 연은 총재와 같은 매파적 위원들은 추가 완화가 금융 불안을 증폭할 것이란 경고도 내놓고 있다.

아메리벳 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금리 헤드는 "연준이 정책을 조정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커브가 의미 있게 가팔라지기 위해서는 주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기 성장세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기 전까지 수 개월간 커브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 경기 둔화로 글로벌 채권 금리는 떨어졌고,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는 여전히 양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 국채로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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