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의 '펀드런'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채권 펀드에 그동안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만큼,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매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5일(현지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금리 채권펀드의 50%와 전체 채권펀드의 15%가량은 투자 자금이 과도하게 상환될 경우 유동성 부족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자금이 유입되는 시기이지만, 반대 상황이 됐을 때는 환매에 대응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도 이에 대해 "채권 펀드런을 조심하라"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중간 수익률을 위해 계속해서 채권 펀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 펀드는 올해 금리 하락과 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라는 이상적인 조합으로 투자등급이나 투기등급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투자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뀔 경우 펀드의 펀더멘털이 나빠지기보다는 유동성 부족 시장에서 환매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환매 충격에 취약한 펀드는 개방형(open-end) 채권 펀드로 지목됐다.

개방형 채권 펀드는 일반적으로 매일 순자산 가치로 상환할 수 있는 구조로, 펀드에 들어간 회사채는 훨씬 유동성이 떨어지고 취약한 환경에서는 매각이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런 특징은 출구를 찾는 펀드 투자자를 쉽게 패닉 상태로 몰고 간다.

B.라일리의 마크 그랜트 수석 전략가는 "개방형 채권 펀드는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더욱더 많은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루미스 세일즈본드 펀드의 댄 부스 부회장도 "상환 충격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크다"며 "IMF도 펀드 유동성에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보이고, 이에 확실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유동성 부채와 비유동성 자산의 불일치는 어느 정도 모든 금융 중개기관에 만연한 것"이라며 "이는 신뢰가 흔들릴 때 펀드런 상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확실히 회사채 시장은 엄청난 규모이고 유동적"이라면서도 "찰나에 주가가 전자 방식으로 거래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대부분의 채권 거래는 여전히 장외시장에서 이뤄진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세계 최대 시가총액의 애플을 보더라도 그들의 모든 주식은 동일하지만, 채권은 쿠폰과 만기 등에서 각기 다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고금리 펀드 등을 중심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게 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푸스 부회장은 "단기 미국 국채와 같은 높은 유동성 자산으로 방어막을 충분히 확보해서 운용하는 게 최선"이라며 "여기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IMF도 보고서에서 다양하고 유동성이 좋은 자산을 가진 펀드가 시장 붕괴기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푸스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고금리 자산도 확정급여형 퇴직금과 같은 구조에서 가장 잘 관리되고 있다"며 "이 경우 갑작스러운 대규모 일일 상환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배런스는 "기업 크레디트 시장과 채권펀드는 지금이 (위험을 대비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며 "회사채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자는 적어도 심리가 반전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런 버핏의 유명한 격언을 인용하며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 때 욕심내기를 좋아해야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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