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기금 투자에 반영하는 책임투자를 본격화합니다. 책임투자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대세'가 됐으며, 해외 연기금들도 투자 원칙을 확고히 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700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나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이 긴장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전략과 이에 따른 시장 영향, 해외 연기금 책임투자 방향 등을 분석한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를 본격화하면서 ESG 요소가 미흡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 연료 관련 기업과 무기, 담배 제조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기금 전체 자산군에 책임투자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책임투자를 우선 적용하고, 부동산과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는 논의를 거쳐 도입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 전반을 포괄하는 운용원칙에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한 기금운용 이행 방안과 투자 방향 등을 넣는다.

국민연금은 ESG 요소를 재무 분석 과정에 융합 시켜 투자한다. 해외 회사채의 경우 해외 신용평가기관에서 ESG 요소를 고려해 회사채 신용등급을 산정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고려해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배구조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업과의 대화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과 사회 영역으로 확대한다.

또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책임투자 정책 수립과 ESG 투자 이행 여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한다. 운용보고서 내 ESG 평가보고서 포함을 의무화해 시장 전반의 책임투자를 활성화한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본격화함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나 영업 활동에서 ESG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ESG 요소 지수가 낮은 기업들은 국민연금 주식 편입 비중이 작아지고, 회사채 투자에서 지속 가능리스크를 반영해 요구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투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대부분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대주주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율을 나타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290개며, 이중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장사도 90개에 달한다.

'큰 손'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활성화하면서 다른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이에서도 책임투자가 퍼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ESG를 통해 평가하는 지표는 환경에서 기후변화와 청정생산, 친환경 제품 개발, 탄소·오염물질 배출량 등이며 사회에서는 고용수준과 급여, 인적 자원관리 등이다. 지배구조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와 배당, 주주 권리 등이다.

국민연금이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산업과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도입도 검토하면서 '나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해외 연기금들은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석탄 발전과 채굴, 담배 생산 및 판매 기업 등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국내 기업 중 한국전력과 포스코, 한화, KT&G, 풍산, 대한해운 등을 환경 파괴와 대량살상무기 제조, 담배 판매 등의 이유로 투자 배제 리스트에 올렸다. 네덜란드 공적연금공사(APG)도 한화와 풍산 등을 무기 제조를 이유로 투자에서 배제했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대해 패시브, 배당 투자를 이유로 상당수 지분을 가지고 있으나, 책임투자가 활성화되면 환경과 사회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환경 등을 고려하는 책임투자가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흐름이다"며 "해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도 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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