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강력한 대출 규제로 매매가 여의치 않자 전세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불안 조짐을 보인다.

이사철을 맞아 학군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전세가격이 그동안 많이 오른 매매가격과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Livv ON)'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이번주 0.09% 오르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을 0.02%포인트(p) 키웠다.

전날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 전세가격 상승폭이 0.23%로 확대됐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로 매물이 나오지 않는 데다 대출 벽이 높아지자 매매에서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그동안은 매매가격이 상승폭을 키우면서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KB국민은행 조사를 보면 올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꾸준한 하락 흐름을 보였고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이 본격화한 7월부터는 낙폭이 커졌다.





전세가율은 집값 상승기에 하락하고 하락기에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격차가 벌어질 경우 키 맞추기를 하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이 가격을 높이고자 하고 집값이 내려가면 반대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매매가가 오른 데 비해 전셋값은 안정세여서 대책 발표 전부터 전셋값 오름폭이 커지던 상황이었다"며 "시기적으로 학군 수요 움직임이 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강남구, 양천구 중심으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 조건이 강화된 가운데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에 입주하려는 움직임도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청약 1순위 자격이 되는 거주요건을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3기 신도시 분양 시기 등을 고려하면 1순위 자격을 갖추기 위해 거주요건이 충족되는 곳으로 주소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과천 등 유망지역의 전셋값 상승을 점쳤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정부가 막으려고 하는 갭투자가 오히려 용이해지는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정부 대책에 고가 전세에 대한 원리금 분할 상환 의무화 등의 전세 안정 방안이 동반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일부 고가 전세 아파트값이 올랐기 때문이며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이전에 비해 높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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