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가 온다'…디지털·글로벌·M&A로 돌파구 마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손지현 송하린 기자 =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첫 만남에서부터 금융환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디지털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으로 외연을 확장, 경영 돌파구를 찾겠다고 손꼽았다.

3일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업권 협회가 주관한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금융당국 관계자와 국회의원, 금융협회 및 금융회사 대표 등 1천300여 명이 참석했다.

은행권 CEO들은 한목소리로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크다.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는 상황"이라며 "눈에 잘 띄지만 한번 다가오면 막을 수 없는 위험요인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금리 환경이 녹록지 않아 성장동력 포커스의 이동이 필요하다"며 "이미 일본도 은행에서 증권으로 이동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역점을 둘 사업 부문으로는 디지털과 글로벌, M&A를 제시했다.

갈수록 비대면 거래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데 은행권 수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내달 3일부터 차세대 전산 '더 K 프로젝트'로 영업점에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는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씨티은행 모두 전행적인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신한금융은 AI를 활용한 자산운용 콘텐츠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디지털 휴먼 뱅크'를 제시하며 디지털 전략 강화 속에서도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디지털 전략을 활용해 소비자 보호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도 나왔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소비자 보호는 제도 변화에 앞서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영업환경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이머징 리스크(emerging risk)를 통제할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서 영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경영 목표로 제시됐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인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인도를 시작으로 조인트벤처(JV)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며 "수치나 목표보다 해외 시장 진출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2년까지 그룹 내 해외사업 수익 비중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동남아시아 중심의 신흥국에 진출해 합자회사 설립이나 지분투자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지에서 우수한 파트너와 JV를 시작으로 현지 은행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M&A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금융은 KB금융과 함께 푸르덴셜생명의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날 노동조합의 저지로 첫 출근길에서 발길을 돌렸던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행장은 "노조에 아직 따로 연락을 취하진 못했다"며 "일단 노조와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신년인사회를 찾은 금융당국 수장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에 매진해 줄 것을 금융권에 당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가 올해 약 6천억원의 예산으로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의 확산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며 "금융위도 파수꾼이기보다 함께 뛰는 동반자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새해 들어서도 우리 금융환경은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저성장·저금리 추세와 가계 부채 부담 속에 해외 리스크 요인이 가미돼 크고 작은 갈등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책임 있는 혁신으로 대응하면서 포용금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소비자 중심의 경영문화를 확립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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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5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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