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지연에 영업점 불만도 제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윤종원 신임 행장과 관련한 조합원 대토론회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조가 윤 행장에 대한 투쟁 의지만을 피력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선 늦어지는 인사를 이유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가 전일 오후 진행한 대토론회는 600여명 안팎의 조합원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론회에서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이어온 윤 행장의 출근 저지 경과를 보고하고 향후 투쟁에 대해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노조는 청와대의 윤 행장 임명이 지난 2017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이 맺은 정책협약을 파기한 일임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정·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청와대가 금융노조를 통해 대화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화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윤종원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는 민주노총까지 가세했다. 오는 21일 위원장 선거를 앞둔 한국노총도 참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당·정·청 차원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투쟁의 세를 불리는 노조를 향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노조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통상 1월에 해오던 전 직원 '원샷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노조 차원의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출산휴가 등을 앞두고 인력재배치를 기다리는 일선 영업점의 현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토론회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돌파구가 조금은 언급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노조의 투쟁 당위성만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은행 내 잡음을 둘러싼 기업은행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주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 전체에 윤종원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 동력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 서신을 발송했다.

노조는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지난해 5월 한 포럼에서 금융회사의 고임금 구조를 지적한 것도 문제 삼았다. 당시 윤 행장은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은 금융사 임직원이 월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함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노조가 윤 행장의 발언을 문제 삼자 기업은행 블라인드에서도 논쟁이 오갔다.

해당 포럼에 참석했던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윤 행장의 발언 요지는 금융 혁신을 위한 감독의 중요성이었다"며 "임금 발언이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표현 과정의 일부분이었다. 그보다는 금융권의 손쉬운 영업관행을 버리고 핀테크와 경쟁해 산업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임명된 윤종원 행장은 현재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매주 월요일마다 행장 주재로 임원이 참석하는 경영현안점검회의를 한다. 전일 첫 회의는 은행회관 내 한 식당에서 열렸다.

윤 행장은 순리대로 노조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는 "억지로 얼음을 깬다면 배가 움직이겠느냐"며 "은행에 도움이 되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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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1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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