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경업금지(競業禁止)' 소송 리스크 변수

예비입찰가 2천억 차이…본입찰 내달 19일 예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푸르덴셜생명 매각 본입찰이 다음달 19일로 예고된 가운데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유력 후보군인 두 곳이 써낸 예비 입찰가 차이가 2천억원대로 알려지면서, 본입찰에서도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KB금융과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4곳 모두 예비입찰가로 2조원대 가격을 써냈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만계 푸본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최근 실사를 포기했다.

◇ 高 베팅 나선 MBK…신한금융 "딜 성사시 소송 검토"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 핵심은 가격이다. 자금 조달 여력이 큰 사모펀드(PEF)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MBK파트너스는 예비입찰가도 가장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며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이다.

당시 계약에는 앞으로 2년간의 경쟁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업금지(競業禁止)'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가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 9월부터다.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측에 계약위반과 관련한 사전논의 없이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입찰에서 승자가 되더라도 9월 이후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경쟁업종 진출 의지를 보여준 것과 다름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신한금융도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해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본입찰 이후 SPA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한 달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됨을 고려하면 딜 클로징 시점은 5월이지만, MBK파트너스는 4개월 뒤나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자칫 사모펀드 봐주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경업금지조항 위반 여부는 큰 이슈 중 하나다"며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진행 중인 딜이라 이와 관련한 사전 논의는 전무하다. (신한금융과) 양자 간 조항이지만, 향후 법률적 문제로 비화한다면 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를 경영해본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경우 정문국 사장 등 핵심 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업금지 조항과는 별도로 임직원의 이직을 제한하는 조항도 있어 현실성이 없다.

이에 IB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본입찰에서 가격으로 경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딜 클로징 시점이 다른 원매자보다 늦어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더 높은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입찰이라 자칫 사모펀드 간 경쟁이 될 수도 있지만, 이중 MBK파트너스의 인수 의지가 가장 공격적이다"며 "최종 매각가가 3조원을 넘기기는 어려워도 소송 리스크 등 정성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가) 센 베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드림팀 자문단' 꾸린 KB금융…윤종규 "오버페이 없다"

KB금융은 적격후보군 중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다. PEF의 최종 목표가 재매각이라면, KB금융은 경영에 있다.

윤종규 회장은 비은행 부문 중에서도 생명보험사 M&A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혀왔다. 올해를 M&A를 위한 적기로 손꼽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각종 제도와 규제시행을 앞두고 보험사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렌지라이프를 비롯해 미래에셋생명까지 그간 검토한 생명보험사 매물도 여럿이다. 앞서 현대증권과 LIG손보로 리딩금융의 타이틀을 탈환한 경험이 있는 KB금융에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나 다름없다. 만약 인수에 성공한다면 윤 회장 재임기간 중에 이룬 성과 중 하나가 된다.

자문단만 봐도 KB금융의 의지는 남다르다. JP모건과 딜로이트안진은 앞서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했을 당시 매각에 참여한 자문사들이다.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태스크포스팀(TFT)도 꾸렸다. 해당 TFT는 향후 인수에 성공할 경우 KB생명과의 인수 후 통합(PMI) 과정까지 담당하게 된다. 그룹 자회사 편입을 위한 준비까지 착수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PEF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최근 금융지주가 파생결합상품(DLS·DLF)과 라임 펀드 등 상품 판매로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KB금융은 이러한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문제는 결국 가격이다. 앞서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가 투자안내서(IM)를 통해 매각가로 3조2천억원으로 제시하자 윤 회장은 내부적으로 '오버페이는 없다'는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KB금융은 최근 실시한 컨퍼런스콜에서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신중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부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을 대하는 KB금융의 온도가 식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렌지라이프가 ING생명이던 시절, 고가 인수 논란 탓에 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과거가 되풀이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형성될 수 있어서다.

예비입찰가를 다소 보수적으로 적어낸 KB금융은 아직 실사 초기 단계인 만큼 버추얼데이터룸(VDR)의 데이터 공개가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비가격 요소에서 PEF보다 우위"라며 "결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안정적으로 매각을 마무리를 지을지, 시간을 투자해 몸값을 올릴지에 따라서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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