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긴급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50bp 인하했다.

금통위는 16일 열린 긴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이같이 결정했다.

◇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중앙은행 가보지 않은 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확산했다. 금융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커졌고, 주식시장이 하루에 10% 전후로 하락하는 등 공포국면을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한국시간) 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다. 이후 16일 새벽 긴급회의를 또 열고 기준금리를 0~0.25%로 전격 인하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사흘 앞두고 단행된 조치다.

연준은 금리 인하와 더불어 7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적 완화도 발표했다.

연준과 영란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캐나다중앙은행(BOC), 스위스 중앙은행(SNB)과 함께 달러 유동성 공급을 위한 스와프 금리를 25bp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동참해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씩 인하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16일 새벽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일본은행도 정례회의에 앞서 긴급회의를 열고 ETF 매입 목표를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늘리고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도 확대했다.

◇ 코로나19 펜데믹에 유럽·미국 경제도 '셧다운' 우려

한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월 정점을 찍고 감소할 수 있다는 한은의 당초 전망에 근접하다. 하지만 당초 한은 예상과 달리 유럽과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큰 부담이다.

미국은 유럽 26개국 입국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대륙 봉쇄에 나섰다. 다른 국가들도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자국 내에서도 행사와 이동을 금지하는 등 비상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수요를 위축시키고 이는 수출중심 국가인 한국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수요측면 충격과 더불어 공급 측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큰 폭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1.4%로 낮췄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내렸다.

◇ 재정·통화정책 공조…한은 금중대 확대 이어 통화정책까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공조가 이어졌지만, 한은을 향한 좀 더 과감한 정책 주문이 이어졌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규모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는 추경 규모를 늘리고, 필요할 경우 2차 추경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30조로 5조원 증액했다. 지난 12일에는 적격담보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채권(MBS)을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이주열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효 하한 바짝 다가간 한은·환율 방어막 고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75%까지 낮추면서 실효 하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1.25%일 때도 추가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효 하한 등으로 제로금리까지 금리를 낮출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제로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이 미국보다 50~75bp가량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이지만 금융안정 등을 이유로 제로보다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이에 금융시장은 한은이 제로 수준까지 낮추지 않고 양적 완화 등 다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매조건부증권(RP)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또 RP 대상 채권에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를 포함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로 외환시장의 안전판이 얇아지는 측면도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않아도 안전자산 선호에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이탈하면서 환율이 1,200원을 웃도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서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달러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렇지않아도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차가 축소될 경우 환율 방어는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당국의 실개입 물량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상황에서는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맺은 스와프 계약을 해지하고, 스와프 경쟁입찰을 도입해 달러 자금이 필요한 개별 은행에 자금을 직접 공급하기도 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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