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산유국의 증산 전쟁이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수요 둔화 공포로 또다시 폭락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69달러(10.6%) 폭락한 22.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주 29%가량 폭락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전쟁과 미국의 개입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을 주시했다.

국제유가는 전일 미국이 사우디와 러시아 간 증산 경쟁에 개입할 것이란 기대로 큰 폭 올랐었다.

하지만 이날은 양국의 증산 전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다시 부상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가 정부 부채 한도를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30%에서 50%로 올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저유가 장기화에 대응한 움직임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에서도 대통령실이 사우디의 원유 시장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갈등 장기화 우려를 자극하는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유가는 다시 폭락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이에따라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공포도 여전하다.

미국 뉴욕주는 이날 은행과 식료품, 약국 등을 제외한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에 대해 100% 재택근무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의 자택대피 명령이다.

영국은 전국의 식당과 극장, 영화관, 펍 등에 대해 한시적인 폐쇄 명령을 발동했다.

여기에 미국이 멕시코와 비필수적인 여행에 대한 제한 조치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국이 전일 세계 모든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로 올린 바 있다.

미국의 국경이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미국 경제가 2분기에 24%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하는 등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원유시추업체 베이커휴즈가 발표한 이번 주 미국 내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 수는 664개로 전주보다 19개 급감했다.

채굴 장비 수 감소는 통상 미국 내 산유량 증가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지만, 이번에는 유가 폭락으로 인한 미국 업체들의 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일 미국 텍사스주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산유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대립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시장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겠다고 했지만, 유가 전쟁의 휴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진정한 전쟁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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