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가가 급락하자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주가 급락을 방어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책임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총수와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 주식 13만9천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7만2천552주를 장내 매입했다.

매입단가는 현대차가 주당 6만8천435원, 현대모비스가 주당 13만789원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각각 95억1천200여만원과 94억8천900여만원 등 총 190억원을 동원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만8천900원으로 한 달전의 12만2천500원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현대모비스 역시 21만9천원에서 14만500원으로 35% 가까이 급락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정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임원진도 대거 주식 매입에 동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20일 연봉의 절반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롯데지주 자사주를 사들였다.

신 회장은 주당 2만1천52원에 주식 4만7천400주(지분율 1.20%)를 매입했다. 총 매수 규모는 9억9천786만원으로 신 회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신 회장과 함께 황각규 부회장과 윤종민 경영전략실장 사장 등 롯데지주 임원 29명 전원도 급여의 10% 이상을 들여 자사주를 샀다.

신 회장과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방어하고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지주 주가는 지난 19일 2만350원까지 하락하며 2만원 붕괴 직전에 갔지만 신 회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 이후 이날 1천50원(5.16%) 오른 2만1천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후 첫 거래일인 10월 30일 기록한 7만400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일 년 새 주가가 3분의 1 토막 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부터 5월 2일까지를 자사주 462만8천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치면 5천785억원 규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14일 1천주를 매입한 이후 17일 500주를 추가로 매수하면서 한 달 사이 3억4천만원을 들여 1천500주를 매입했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사주 4억4천250만원어치를 매입했고, 윤춘성 LG상사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사주 3천700주를 약 4천900만원에 취득했다.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1천470주를 매입했다. 배 대표는 지난 1년간 11번에 걸쳐 총 2억2천687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상선은 업황 불황으로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취득 후 소각에 나섰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가 줄어 그만큼 주식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수단으로 여겨진다.

삼성물산은 고배당 정책까지 발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도 창사 이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1천293억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다.

네이버도 지난달 자사주 총 8만3천주를 사들여 981억원 규모를 소각할 예정이다.

오너 3~4세들의 자사주 매입도 활발하다.

GS그룹의 오너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 6일과 9일 ㈜GS 보통주 3만4천133주를 장내 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만 총 204억원을 들여 15차례 주식을 매입, 지분율도 지난해 말 1.51%에서 올해 2.01%로 올랐다.

허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도 지난 9일 ㈜GS 보통주 3만2천주를 장내 매수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 구동휘 전무는 지난 10일 ㈜LS 보통주 1천주를 매수했다. 구 전무가 이달 들어 장내매수 한 ㈜LS 주식은 7천600주에 달한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도 지난 10일 ㈜LS 보통주 2천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구 회장이 이달 들어 총 4차례에 걸쳐 8천325주를 매입하며 지분율도 4.10%까지 끌어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주가가 실적보다 저평가됐을 때 오너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안정감을 주며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가 하락 국면에서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해 보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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