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4월부터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기로 하면서 정책수단으로 RP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회사채·기업어음(CP) 등 크레디트 시장의 경색을 관리할 필요성에 우선 집중하면서 RP를 통한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매입으로 장기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축통화국형'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은 한은이 우리나라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전일 내놓은 무제한 RP 매입 정책이 국채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커브 스티프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추후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번 RP 매입의 기한을 6월까지로 한정했다. 매입하는 RP물의 만기가 91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월까지는 금융기관에 돈을 풀겠다는 얘기다.

또 한은이 제시한 RP매입 금리 상한 0.85%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조달금리다.

기관이 0.85%의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올해 9월까지 만기가 남은 채권 가운데 금리가 0.85%를 넘는 채권에 투자하면 두 금리의 차이가 그대로 수익이 된다. 단기 시장 금리가 0.85%에 수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만기가 그보다 긴 채권은 단기와 같은 안정적인 수익의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장기 금리가 단기처럼 강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한은의 RP 매입 이슈가 커브 스티프닝 요인이 될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물 금리가 내려가면서 스티프닝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또 단기 구간 금리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서 조금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다만 스티프닝이 큰 폭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RP 매입 조치로 장기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한은으로서는 다소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사실상의 양적완화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전례가 없는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장기금리의 하락을 통한 소비와 투자의 진작이라는 양적완화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도 국고채 단순매입 등 장기금리를 직접적으로 낮추는 정책보다는 RP 매입을 택하면서 단기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고채도 더 필요하면 매입이 가능하지만 현재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시장은 여타 채권시장"이라며 "이번 RP매입 대상 채권을 은행채를 넘어 공공기관 발행 채권으로 확대한 것이 시장이 겪고 있는 원활하지 못한 작동을 해소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RP매입으로 공급한 자금이 은행을 거쳐 채권시장안정펀드로 흘러들어가고, 채안펀드는 회사채와 CP를 매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한은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펌프 역할을 시행하면서 단기자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금리 안정에 기여했다"며 "한은은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한, 제시할 수 있는 최선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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