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면세업계 1, 2위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한 데 이어 중소·중견기업 사업자인 그랜드면세점도 낙찰받은 사업권을 도로 내놓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면세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90% 급감한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기존에 없던 조항까지 만들어 임대료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면세점은 최근 10년(5년+5년) 동안 운영 가능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DF8(전품목) 매장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를 지속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졌고 계약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일 롯데와 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기업이 임대료 문제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9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DF4(주류·담배)와 DF3(주류·담배) 사업권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경쟁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치열했다.

인천공항이 지닌 상징성과 함께 바잉파워를 확대할 수 있는 데다, 면세점 운영 기간도 10년으로 길어져 기업마다 모든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하늘길이 끊겼고,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인천공항 입 출국객 수가 급감했다.

이달 들어 인천공항 내 빅3 면세점의 매출은 하루 1억원 안팎까지 줄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매출이 7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8% 급감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포기한 구역의 최소보장금(임대료)은 각각 697억원과 638억원이다.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정부가 전일 대·중견기업 면세점 임대료를 20% 감면해 주기로 했음에도 매일 22억3천만원씩 인천공항에 임대료를 내야 하는 형편이다.

운영 2년 차부터는 임대료 부담이 더욱 커진다.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1년 차 임대료는 낙찰금액으로 고정돼 있지만 2년 차부터는 1년 차 최소보장금에 직전년도 여객증감률의 50%를 증감한 금액으로 납부하게 돼 있다.

이에 따른 임대료 증감 한도는 9% 이내였지만, 인천공항공사가 내년부터 여객수 감소로 인한 임대료 감면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면세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고객 수에 상관없이 최소보장금을 납부해야하고,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여객 수가 올해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크게 증가하면서 고객 수가 실제로는 증가하지 않아도 임대료 9%까지 인상이 예상돼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인천공항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세점업체들은 지난달에 이어 4월에도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연간 1천억원 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사업권 포기 전 인천공항공사에 올해 여객 급감분을 반영해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공사는 입찰 공정성 훼손 문제가 있다며 조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유찰된 두 구역과 DF3, DF4, DF8까지 총 5구역의 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공항공사의 고임대료 문제가 계속됐음에도 매출이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기에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업 전체가 존폐를 논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공사가 기존 임대료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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