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금융지주가 약 2조3천억원에 푸르덴셜생명을 품는다.

◇ KB금융 10일 SPA 체결…Locked-box 구조로 인수

KB금융지주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이와 관련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가는 총 2조3천400억원이다.

이번 딜은 특정시점(Locked Box Date)을 기준으로 결정한 기업가치평가액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미리 정하고, 가치 유출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 2조2천650억원에 거래 종결일까지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 750억원이 더해졌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100% 지분 인수 금액은 PBR 0.78배 수준이다. 최근 생명보험사의 가치보단 다소 높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을 시작으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 이어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통해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 KB금융, 가격 조건서 우위…SI 장점도 부각

지난달 19일 치러진 본입찰에는 KB금융과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그리고 MBK파트너스가 참여했다.

당초 KB금융은 약 2조4천억원 가까운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매각가는 협상 과정에서 소폭 조정됐다.

본입찰 참여자 중 2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가격을 써낸 곳은 많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리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에 대한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프로그레시브 딜로 이번 입찰을 진행했다. 본입찰 막판에 MBK파트너스가 등장했지만 2조원 넘는 가격을 써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당초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예정된 전일 늦게 전략적투자자(SI)인 KB금융으로 가닥을 잡았다.

본입찰 후 KB금융 안팎에선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른 후보군에 비해 입찰 가격이 높은데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 대한 조정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Material Adverse Effect(MAE)'와 같은 예외 조항을 적용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코로나19가 국가재난상황에 버금가는 상황임은 틀림없지만, 이미 본입찰 시점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경계령이 최고수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2조원대 가격을 써낼 정도의)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매물"이라며 "생명보험사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KB금융, 이중레버리지 관리 급선무…리딩금융 리턴매치 재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KB금융의 자회사 출자액은 24조원. 지주의 자본금 19조원을 고려한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6% 정도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 중반에 육박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130%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최소 5천억원 이상의 추가 자본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향후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철처한 자금조달 계획 이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작년 기준으로 5~7천억원 수준의 추가 자본조달을 통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낮춰야 할 것"이라며 "인수회계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B금융은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그간 그룹의 포트폴리오 중 부족했던 생명보험업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KB생명의 자산규모는 약 9조8천억원으로, 21조원의 푸르덴셜생명이 더해지면 업계 10위권 생명보험사로 도약이 가능해진다.

윤 회장은 그간 꾸준히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생명보험사를 손꼽아왔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회가 있다. 보험의 수요가 있고 괜찮은 비즈니스다'며 재도약의 의지를 보였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신한금융지주와의 리턴매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 차이는 917억원에 불과했다.

올해부터 오렌지라이프 실적 100%가 반영되는 신한금융을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통해 바짝 추격하게 됐다.

앞서 증권사 연구원은 "단순 실적만 따지면 신한금융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KB금융이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미래의 리딩금융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우선 염가매수차익의 반영부터가 KB금융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KB금융은 조만간 푸르덴셜생명과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진행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를 꾸릴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조직 안정과 시너지 강화방안, 전산개발 등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차근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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