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1분기 면세점 및 해외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가 크게 벗어나면서 증권가도 머쓱해졌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8천964억원, 영업이익 3천337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영업이익은 3.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3.7% 증가한 2천342억원을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간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15개 증권사 자료를 토대로 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한 1조7천293억원, 영업이익은 29.07% 급감한 2천317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들은 당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현지와 면세점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 15년간 이어져온 성장세가 꺾여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월부터 중국정부 방침에 따라 백화점 영업 일시 중지 및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다.

또 각국의 입국 금지 등의 조치로 항공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면세점을 통한 화장품 매출도 급감, 1분기 화장품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1분기 화장품 사업의 매출은 1조6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도 10.0% 감소한 2천215억원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이 코로나19에도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낸 가장 큰 이유는 럭셔리 화장품 수요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현저한 감소로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숨' 고가라인인 로시크숨마와 '오휘' 고가라인 더퍼스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았다. 또 더마화장품 'CNP' 매출은 오히려 13%나 늘었다.

화장품 사업이 주춤하는 사이 생활용품 부문은 빛을 발했다.

생활용품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4% 증가한 4천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급증한 653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대형마트 등 다중 이용시설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위생용품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급증하며 온라인과 소형슈퍼에서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음료 사업도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5.0% 성장한 3천505억원,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43.9%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외식 대신 배달음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온라인을 통한 음료 소비가 늘었다. 쿠팡 등 이커머스를 통한 음료 매출 성장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탄산은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의 성장으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고, 비탄산도 '파워에이드'와 '조지아 크래프트' 등 주요 브랜드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지만, 음료와 생활용품 사업이 매출 감소분을 최소화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증권가에선 온라인 소비와 비화장품 부문에 대한 수요를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