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임승태 금통위원은 금통위원들 중 유일하게 금리동결을 주장한 동시에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 오차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이 30일 공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임 위원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의 하향 조정을 거듭하게 된 것은 주요 전제치인 세계경제성쟝률에 지속적인 전망 오차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의 전망치는 주요 전망대상국 정부 등과 협의를 거친 후 나온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의 성장 전망치에는 위기 상황에서 전망 대상국들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된다는 점을 한은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임 위원의 설명이다.

다른 금통위원은 "지난 7월 한은의 전망치가 높았던 것이 경제전망 시 해외요인에 대한 평가나 해석을 계속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집행부는 "IMF 전망치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미국.유로.중국 등 주요국의 상황을 감안해 전망의 전제를 설정하지만, 글로벌 경기상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 계속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임 위원은 또한 금리인하 결정에도 금통위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단기적인 시계에서 시장의 기대를 추수하는 방식으로 금리조정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향후 추가 인하에 대한 일방향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총생산(GDP) 갭률에 대한 진단도 주요 논쟁의 대상이 됐다.

한 금통위원은 "GDP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지난 7월 전망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내년 이후까지도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이력 효과 등으로 성장잠재력도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 위원은 과거 평균 마이너스 GDP갭 지속기간이었던 7분기보다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와 관련, 한은 집행부는 "저성장이 지속되고 특히 투자위축 상태가 장기화되면 자본스톡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게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집행부는 이어 "과거 GDP 마이너스 갭이 크게 나타났던 때는 주로 큰 외부충격이 있었던 시기로 모두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며 "이번에는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어 과거 지속기간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했다.

글로벌 자금 유출입에 따른 거시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금통위원은 "스트레스 지표로 볼 때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안정적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숏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외부 변동요인이 조금만 가미되더라도 시장참가자들이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가동시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위원은 "신흥국들이 수출둔화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통화를 절하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금리차이가 아닌 원화절상을 기대하는 외국자금이 국내로 대규모 유입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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