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세계그룹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전 계열사로 확대해 들이댄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대적인 사업 조정에 나섰던 이마트에 이어 전 계열사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한 사업 재편과 함께 경영 효율성 개선을 꾀하려는 차원이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4일 차정호 신세계 대표와 강희석 이마트 대표 등 주요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조정 및 효율화를 통한 경영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리뷰와 향후 영업 상황 전망 등을 공유하고, 주요 저수익 및 부진 사업 등에 대한 향후 처리 및 대응 방향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저수익 사업들에 대한 사업 지속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했다"며 "향후 사업 축소 또는 과감한 정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곳은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 까사미아, 제주소주 등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이번부터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 수년째 적자 기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독자적으로 내세운 부티크 호텔 브랜드 레스케이프의 실적 부진으로 2018년 76억원, 지난해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 5년간 누적적자만 1천억원에 달한다.

올들어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에 1분기에만 100억원대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하자 유동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트로부터 1천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 받기도 했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아 신세계그룹은 고심하고 있다.

호텔업계가 이미 포화상태로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업 등 관광산업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부산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 강남 르네상스 호텔 등 5개가 넘는 호텔을 개장할 예정인데 추가 자금 지원을 놓고도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푸드도 지난 2017년 이후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6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생수 계열사 '제이원'을 매각하고, 적자 매장을 대거 정리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나섰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등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5년 인수한 스무디킹이 인수 4년째 영업적자를 보자 내부에서는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2016년 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제주소주와 홈 인테리어 시장 공략을 위해 사들인 까사미아도 골칫덩이다.

제주소주는 푸른밤 소주를 출시하며 외형 성장에 나섰지만, 유통망이 좁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사실상 시장공략에 실패하며 영업손실이 매년 불어나고 있다.

차입금조차 갚을 여력이 없다 보니 이마트가 매년 100억원 이상 출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마트가 제주소주에 출자한 금액만 57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제주소주를 이마트의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 유력하게 꼽고 있다.

까사미아는 모회사인 신세계의 유일한 적자 계열사다.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한 당시만 해도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까사미아는 2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까사미아 적자 여파로 신세계는 지난해 손상차손 525억원을 인식했다.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못 미쳤다는 얘기다.

까사미아는 올해도 2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인수한 사업 대부분이 단기간에 실적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와 사업 정리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모회사에 부담을 주는 구조가 지속한다면 예상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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