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유사하게 시나리오별로 발표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에 따라 성장률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나리오별 전망이 시장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에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 충격이 크다는 점에서 한은은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지만 1%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제로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이 총재의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나리오'였다. 그는 성장률 전망과 관련한 발언에서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나리오를 전제했다. 그보다 악화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0.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1.6%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별 성장률을 제시했다.

국책연구원의 시나리오별 성장률 전망 발표에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한은에 쏠렸다. 코로나19 확산 속도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 시나리오별로 전망치를 공개하는 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가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했었는데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 숫자로만 성장률을 언급하는 게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며 "KDI가 성장률을 시나리오로 공개하면서 한은도 시나리오별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한은은 성장률을 전망할 때 외부 환경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 중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 전망치를 공표한다.

한은은 매번 시나리오별 성장률을 추정하지만, 시나리오별 성장률을 공표한 적은 없었다. 시나리오별로 성장률을 제시할 경우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다.

시나리오별로 성장률을 언급하면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보다 낙관적 혹은 비관적 시나리오의 성장률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 한은의 공표 기능이 희석될 수 있다.

한은이 시나리오별 성장률을 전망할 경우 한은의 패가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코로나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나리오 공개가 불가피할 것 같다"면서도 "한은이 그동안 시나리오를 어떻게 짜고 있었는지가 알려지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비교적 낙관적 바이어스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시장은 최악 시나리오 쪽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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