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쪼개기 판매 첫 제재…금감원 과징금에서 80억 감경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감독원이 100억원을 부과한 NH농협은행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판매 과징금이 대폭 감경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농협은행의 OEM 방식 펀드 주문 및 판매에 대해 20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당초 금감원이 부과한 과징금보다 8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종합검사과정에서 농협은행의 OEM 펀드 판매를 적발했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의 지시를 바탕으로 설정해서 운용하는 펀드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가 제3자의 지시에 의해 펀드를 운용해서는 안 되지만, 최근 사모펀드시장이 커지며 자금력과 영업력이 약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OEM 펀드를 설정하는 곳이 늘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회사채 펀드 설정을 주문했다. 해당 펀드는 투자자 49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개의 사모펀드로 쪼개져 7천억원 규모로 판매됐다. 이른바 '시리즈 펀드'다.

현행법상 OEM 펀드는 운용사만 처벌이 가능하다. 관련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11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당국이 OEM 펀드의 판매사에 금전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사실상의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규제를 회피하는 시장의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번 농협은행 사안에 대해 강한 제재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과징금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제재 근거가 되는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의 시행 시기가 2018년 5월부터라 소급 적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의 증권을 둘 이상으로 쪼개서 발행하면 이를 동일한 증권으로 판단, 사모펀드라도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증선위가 금감원이 부과한 과징금을 대폭 경감한 것은 현실적인 제재 근거가 모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3월 미래에셋방지법과 비슷한 취지의 거래통합지침을 폐기한 것도 농협은행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법률 적용상 논란이 많았음에도 제재가 강행돼 유감"이라며 "제재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판매회사가 집합투자증권을 판매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추가 소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증선위의 과징금은 향후 열릴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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