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에서 안전피난처로서의 광택이 사라지고 있다고 투자전문지 배런스가 11일 진단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GMO의 벤 인커 자산 배분 대표는 지난달 31일 "투자자들은 향후 비슷한 수익률이나 증시 불안으로 인한 국채의 안전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미 국채시장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지난 6개월 글로벌 증시 약세장에서 10년물 국채가 평균 11%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주장은 며칠 후 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4일 기술주에서 투매가 나오면서 나스닥지수는 5.1%까지 급락하다 결국 1.3% 하락으로 마감했다.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값은 그런 데도 하락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은 12bp 정도 오른 1.46%로, 팬데믹 공포가 고조된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나타냈다. 10년물 수익률 역시 9bp나 뛰어올랐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연초 1.9%에서 최근 0.7%로 내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거의 포기했다.

배런스는 그러나 증시 급락에서 나온 미 국채 매도세는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1년 전과 같이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 국채시장에 의존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있다. 연준은 단기 금리를 결정하고, 장기 국채수익률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라 대체로 움직인다.

연준의 팬데믹 대응은 처음에는 미 국채의 투자 수익에 좋았다. 연준은 금리를 제로 근처로 내렸고, 위기 시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이에 힘입어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2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커 대표는 "이제는 주식시장이 연말로 향하면서 다시 급락하더라도 장기 국채의 잠재적 이익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의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목표치인 2%를 오버슈팅해도 내버려 두겠다는 연준을 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장기 국채의 가치를 잠식한다. 더 빠른 속도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미래 쿠폰 지급이 실질적으로는 더 낮은 가치를 나타내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연준의 정책 수단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배제한 것이다. 금리가 제로 이하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국채수익률 역시 제로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이익은 제한되지만, 손실은 제한되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25%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이는 4.4%의 수익률을 의미한다. 만약 10년물 수익률이 2%로 상승했을 때 잠재적 손실이 11.7%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익은 훨씬 적다.

투자자들이 긴 듀레이션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채권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도 길어진다.

잉커 대표는 "듀레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채권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승할 위험이 있고, 하락할 위험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칭적인 위험이 있고, 그 반대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서 듀레이션을 갖는 것은 정말 약할 수 있는데, 금리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든 하지 않든 약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계속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투자자들은 대선 이후 전망을 더 잘 파악하게 돼 국채수익률이 연말에 상승할 것이라는 데 월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년 국채수익률이 1%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말 목표치를 밝히지 않은 BCA 리서치는 "빠른 긴축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장기 국채수익률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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