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지연 기자 = "추석 상여금이요? 기대도 안 합니다. 월급도 줄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판이라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유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 회사 매각설 등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이달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설과 추석 명절을 전후로 1년에 두 번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코로나19 악재로 할인점(대형마트)과 영화관이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올 상반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게 원인이 됐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8.5% 감소한 14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4조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부실 징후를 보이는 점포를 미리 자산 손상차손으로 설정하면서 당기순손실은 1천990억원에 달했다.

실적이 회복될 거라 기대했던 3분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롯데쇼핑은 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복지혜택도 축소했다.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최근 임직원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올해 임금은 동결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만큼 임직원들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원들은 연말 구조조정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롯데쇼핑 한 직원은 "추석 상여금엔 못 미치지만 특별격려금이 조금이라도 나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지금은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기본금의 100%를 추석 정기상여금으로 받는다.

다만 이는 연봉 계약에 포함된 연봉의 일부라는 점에서 기본금과 같은 성격이다. 이른바 '떡값'이라고 불리는 상여금은 없다.

현대백화점은 상여금 없이 직급별로 10~20만원의 귀향 여비만 지급한다.

이전에는 선물세트나 귀성길에 오르는 직원에게 왕복 고속버스 티켓 등도 제공했지만, 이런 혜택도 없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봉제가 일반화되면서 명절 특별 상여금을 주지 않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경기가 좋고 실적이 좋을 때는 귀성비도 두둑했다"면서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명절 떡값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특수를 노린 식품업계는 규모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오리온은 올 상반기 목표 이상의 성과를 낸 부서를 중심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성과급은 보통 100만원대로 알려졌다.

라면회사 3곳은 지난 6월 일회성 격려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농심은 계약직과 서비스직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인당 50만원을 지급했고, 삼양식품도 직원들에게 30만원을 줬다.

오뚜기는 자사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약 40만원을 직원들에게 일괄 지급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식품업계가 실적이 증가하긴 했지만, 코로나19로 비상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올해 성과는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경제 전반으로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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