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노현우 기자 =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고용목표가 1조 1항과 2항 중 어디에 반영할지에 따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개의 한은법 개정안 중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고용목표를 1항에 넣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고용목표를 2항에 넣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이 고용목표가 어느 항에 들어가는지 주시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목표와 관련이 깊다. 현재 한국은행은 1조1항에 물가안정을 목표로 넣고 있다.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를 제약하고 있는 금융안정은 2항에 들어 있다.

통화 당국이 물가안정을 직접 목표로 삼으면서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배경이다. 금융안정도 중요하지만, 물가만큼 중요도를 가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항에 고용안정이 목표로 들어갈 경우, 한은은 '2% 물가상승률'처럼 명시적인 목표 달성의 책임을 지게 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1항에 고용목표 추가가 한은의 독립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한 경제학자는 "고용안정이 물가안정처럼 1항에 들어가면 한은의 독립성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맞춰 국채인수를 주장하는 의견에 반대하기 어렵고, 고용안정 기금을 떠안으라는 목소리도 반대할 논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땅한 정책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 금통위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물가는 돈이 풀린 결과로 보는 경제학자들이 많다"며 "한은이 물가를 책임지는 것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용시장은 매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경기 사이클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데 한은이 동원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고용안정을 목표로 삼을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볼지도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용안정 목표가 1항에 들어가면 물가 목표처럼 타깃을 정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고용안정이라는 개념부터 모호하고, 다른 나라도 구체적으로 타깃을 명시한 나라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대 고용(maximum employment)을 물가안정(stable prices)과 함께 멘데이트로 둔 연준의 경우 자연실업률 등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금통위원은 "연준은 자연실업률을 보지만, 자연실업률이 얼마인지도 상당히 논란이 되는 주제다"며 "고용상황을 유의하는 것과 직접적 목표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은 통화정책 전문가들과 차이가 있다. 고용 목표 추가와 더불어 물가를 통화정책 목표로 삼는 게 적절한지부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돈을 많이 풀어도 물가 목표를 달성치 못한 것은 오랫동안 확인한 사실이다"며 "그나마 고용안정을 넣으면 실물경제와 통화정책의 괴리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의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진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며 "바뀐 상황에 맞춰 현실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게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법 일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syjeon@yna.co.kr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5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