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고용안정'이 새롭게 추가되면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등의 기존 통화정책 목표와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는 통화정책을 실행해야 하는데 정책 목표 등 변수가 많으면 그만큼 정책 방향도 일관성 없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는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에 고용안정이 추가되면 한은이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는 기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까지 총 3개가 된다.

◇ 2011년 금융안정 조항 추가…수단도 대폭 수정

한은법 제 1조 1항에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어 2항에는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금융안정이 한은법에 명시된 데는 2008년 금융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당시 발간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해 "금융 불균형 누적을 억제하고 경기 하강 속도를 조절하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금융안정을 추가하면서 긴급유동성 지원 제도와 영리기업 여신, 대출 적격담보, 공개시장조작방식, 지급준비제도가 개정 전보다 완화됐다. 일시결제부족 자금 지원 조항도 신설됐다. 이와 함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게 했다. 금융안정에 유의하기 위한 한은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두 마리 토끼 잡기도 난항…세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췄지만, 물가는 여전히 0%대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반면 올해 2분기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6.5%로 전년동기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했지만 물가안정 목표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인하해야 하지만 인하할 여력이 많지 않다.

반면 한은이 금융안정의 주요 지표로 들고 있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감소 추세가 가팔라진데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하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두 개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맞게 하나의 임무는 희생해야 한다.

고용안정이 추가된다면 한은의 역할은 더 두루뭉술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한은 관계자는 "상충할 때는 우선순위를 그때그때 정할 수밖에 없어서 중앙은행은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상충하는 목표가 있으면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안정을 한은법 개정안에 추가한다고 해도 한은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어렵다.

한은은 법률안 제출권이 없어 입법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안이 발의되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의견을 내는 데 그치는 등 행동의 제약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권한이 없어서 국회 법안이 발의된 데 따른 의견만 낼 수 있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전될 것을 대비해 심도 있는 검토를 시작했고, 깊은 연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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