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매각 명령으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2위 배달업체 요기요의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과 사모펀드들이 일단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흥행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DH는 2조원 정도를 받아야 팔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흥행 부진에 가격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우아한형제들과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의결서를 독일 DH에 전달했다.

공정위는 DH가 배달의민족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 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DH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 수령 후 6개월 이내에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오는 8월3일까지 매각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 시계가 눌러진 셈이다.

DH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서,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조만간 잠재 인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TM)를 발송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IT 업체, 최근 배달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쿠팡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컨설팅사와 로펌 등 자문업계가 이들 후보군을 사전 접촉해 의중을 떠보고 있지만,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력 인수 후보들을 물색해 보고 있지만, 전략적투자자(SI)는 물론, 대형 사모펀드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보 탐색 차원에서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실사까지는 해볼 수 있지만 딜 완주에 나설만큼 진정성 있게 나서는 곳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일단 요기요의 몸값이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그만큼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조단위 자금을 쏟아부을 만큼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유통 대기업 임원은 "기업이 가진 사업 노하우나 기술력, 플랫폼, 인적자원 등에 대한 투자 가치가 있을 때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데 요기요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최근 배달 기사들의 노동법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향후 고용 관련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들도 요기요 인수시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2019년 기준 연간거래액은 1조8천200억원이고, 약 6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경쟁이 치열한 배달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요기요는 자신들이 받는 광고나 수수료보다 더 많은 마케팅비용을 썼다는 얘긴데, 현재 요기요의 시장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요기요는 배달기사 대부분이 아웃소싱이라 향후 이를 운영하기 위한 추가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다.

DH는 매각에 어려움이 있는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매각 시한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최대 1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DH가 1년 내 요기요를 매각하지 못하면, 초과일수 하루당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금액(약 4조원)의 최대 0.03%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랩,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결국 시간에 쫓긴 DH가 요기요의 몸값을 1조원 아래로 떨어뜨리기 전까지 잠재 후보들도 기다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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