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 고용 지표 호조를 소화한 뒤 숨 고르기 혼조세를 보였다. 경기 회복, 인플레이션 압력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10년 국채수익률은 장중 1.6% 선도 돌파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이하 미 동부 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4bp 상승한 1.551%를 기록했다. 장중 1.62%까지 올랐다. 이번주 9.2bp 올랐고,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5주 연속 기록은 2016년 12월 16일로 끝난 주간이 마지막이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0.4bp 내린 0.141%에 거래됐다. 주간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2.1bp 하락한 2.286%를 나타냈다. 그래도 5주 연속 올랐고, 2016년 이후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일 140.2bp에서 이날 141.0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2월 고용보고서에서 시장 예상을 대폭 웃돈 일자리 증가세가 나타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더 올랐다. 다만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만큼 10년물 수익률은 상승폭을 대거 반납했고, 30년은 하락 전환했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뒤 1.6%를 뚫었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다시 발표 전 1.5%대 중반으로 점차 내려왔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좋은 상황에서 연준이 그동안 신호를 보냈던 만큼 오랜 기간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 강력한 경기 회복에 연준이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베팅도 늘어났다.

2월 비농업 고용은 37만9천 명 늘어났다. 21만 명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눈높이를 상회했다. 실업률은 6.2%로, 월가의 컨센서스였던 6.3%보다 양호했다.

전일 파월 의장이 최근 장기물 국채수익률 상승을 저지하겠다는 어떤 점도 시사하지 않아 미 국채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이 국채시장 난기류가 금융 여건 긴축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어떤 조치 가능성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잦아드는 듯했던 국채 매도세는 재개됐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일 1.5% 선을 상회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허용 범위와 관련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적절치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OJ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에 따라 10년 국채 금리를 '0% 정도'의 목표치로 제한하고 있다. 이달 통화정책 검토를 통해 목표치 대비 금리 허용 범위를 ±0.2%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관측을 잠재운 것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4bp 내린 0.092%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국채수익률이 급등해도 주식이나 회사채와 같은 더 위험한 자산에서 더 심각한 매도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국채수익률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결정하고,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 상태로는 기업들이 여전히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연준이 받는 압력은 덜하고, 국채수익률이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킷 주케스 전략가는 "채권시장 군단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외칠 수 있지만, 연준은 현재로서는 트위스트 할 계획이 없다"며 "채권시장이 신용 스프레드 확대를 촉발할 만큼 무질서해지면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티즌 뱅크의 토니 베디키안 글로벌 마켓 대표는 "국채수익률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면서 지금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힘은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예상치 2배로 고용보고서는 대성공이었다"며 "한 숫자가 반드시 추세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개방과 백신이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표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망을 넘어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가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 매달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연준의 규제 완화 연장 여부다. 은행이 대차대조표 규모 대비 자본금을 덜 가져가도 되는 혜택을 줬는데, 이 예외는 이번달 말 만료된다. 이를 연장하면 은행은 보완레버리지비율(supplementary leverage ratio)로 알려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결정할 때 국채와 중앙은행 적립금을 제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면제가 만료되면 은행들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국채를 매각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추세 추종 헤지펀드들도 가파른 국채수익률 상승에 일조했다. 이들이 선물시장에서 국채수익률 상승 베팅을 늘리자 주식과 채권의 균형을 맞추는 이른바 위험균형펀드(risk parity funds)의 다른 레버리지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규모 국채 매도가 동반됐다. 그러나 투자 포지션에서 이런 극단적인 움직임 이후 국채수익률은 내렸다. 국채수익률이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하면 포지션을 빠르게 되돌리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데이비드 비버 퀀트 분석가는 "이 펀드들은 지난주 변동성 이후 포지션을 상당히 추가해 2016년 말 이후 국채수익률 상승에 가장 많이 베팅했다"며 "1990년 이후 추세 추종 펀드가 금리에 극도의 숏 베팅을 했을 때 이후 국채수익률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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