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4일(이하 미국 동부 시간) 뉴욕증시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했다는 소식에도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은 상승했다.

CPI 상승세가 전월보다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한결 누그러져 국채수익률이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도 국채 수익률 하락 등에 동조해 안전통화인 엔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는 거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뉴욕유가는 미국의 원유 공급 우려에도 증시가 하락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C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3%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3% 올랐다. 지난 7월에는 CPI가 전월 대비 0.5% 오르고, 전년 대비 5.4% 올랐었다.

이날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전월 대비 0.4% 상승과 전년 대비 5.4% 상승도 모두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1%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4.0% 올랐다. 시장의 예상치인 전월 대비 0.3% 상승과 전년 대비 4.2% 상승을 모두 0.2%포인트 밑돌았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는 중고차 가격이 전달보다 1.5%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가 수치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진정됐으나 5%를 웃도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프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8월 CPI 지표 둔화에 놀랐지만, 이 수치가 연준의 테이퍼링 일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이미 테이퍼링 테스트를 충족했으며, 오늘 보고서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고 봤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초기 반응을 제외하면 다음 주 연준 회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을 것"이라며 "테이퍼링은 올해 말 이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테이퍼링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BMO글로벌자산운용의 스티븐 벨은 "미 연준이 다음 주 FOMC 회의에서 연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계획을 확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주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전월보다 약간 냉각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 내용을 살펴보면 주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가까운 시일에 목표치를 웃돌 수 있어 연준이 정말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2.06포인트(0.84%) 하락한 34,577.5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5.68포인트(0.57%) 떨어진 4,443.05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7.82포인트(0.45%) 밀린 15,037.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는 개장 초 소비자물가가 전월은 물론 전문가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는 소식에 상승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이르면 10월 말 공개할 전망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시장은 이날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9월은 주식시장에 통상 부정적인 달이다.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후 9월 S&P500지수 상승률은 평균 마이너스(-) 0.56%로 연중 가장 낮았다. 해당 기간 지수가 상승한 경우는 전체 9월 중 45%에 그쳤다.

개별 종목 중에 애플의 주가는 애플이 아이폰 13시리즈를 발표한 가운데 1% 가까이 하락했다.

업종별로 에너지, 은행, 산업, 자재 관련주가 모두 1% 이상 하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날은 11개 업종이 모두 떨어졌다. 소형주를 모아 놓은 러셀2000지수는 1.38%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물가가 둔화했다는 소식에도 연준이 올해 테이퍼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점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더릭 이사도 마켓워치에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소식에 초기 안도 랠리를 보였다"라며 그러나 이번 지표가 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에 "이번 소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볼 필요가 있는 순차적인 개선을 봤다는 점이다"라며 "연준이 9월에 테이퍼링을 논의하겠지만 11월 회의까지는 이를 발표하지 않고, 연말 전에 그것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25.9%로 반영했다.

해당 기간까지 1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22.8%,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은 2.9%로 예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09포인트(0.46%) 오른 19.46을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 기준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3시 기준보다 3.96bp 하락한 1.285%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 3시보다 0.40bp 내린 0.213%를 나타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 3시보다 5.35bp 하락한 1.853%를 기록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 거래일 110.8bp에서 107.2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8월 CPI 지표 발표 직후 레벨인 1.34%에서 오후에는 1.27%대까지 7bp 정도 하락했다 1.28%로 하락 폭을 줄였다.

30년물 국채수익률도 지표 발표 직후에는 1.93%대를 기록했으나 오후에는 한때 1.83%대까지 9bp 이상 내렸으며, 이후 1.85%대로 레벨을 높였다.

2년물 국채수익률은 0.20~0.21%대에서 무거운 흐름을 보였다.

채권시장은 고공행진을 펼치던 CPI의 상승 폭이 8월에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고공행진 리스크에서 한숨 돌리는 양상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다음 주 21~22일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했다.

FOMC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된 만큼 투자자들의 경제지표 경계심은 누그러졌다.

그럼에도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8월 CPI 둔화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거나, 테이퍼링 기대를 없앤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매니징 디렉터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가벼워지면서 마침내 정상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희망의 빛이 보이지만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부족 등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언급했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벤자민 멜먼은 "연준의 테이퍼링 계획이 명확해지면서 자산 배분에서 미국 국채의 비중을 높였다"며 "테이퍼링으로 인해 자산군별 위험이 대칭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3년처럼 테이퍼탠트럼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배제되고 있지만, 테이퍼링은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다만, 내년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 기준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9.655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010엔보다 0.355엔(0.32%)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8059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8075달러보다 0.00016달러(0.01%) 내렸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9.44엔을 기록, 전장 129.92엔보다 0.48엔(0.37%)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92.647과 거의 같은 수준인 92.645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 등 캐리 통화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채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28% 수준까지 내려섰다. 미국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캐리 수요 감소 등이 엔화 강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됐다.

시티인덱스의 선임 금융시장 분석가인 피오나 신코타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약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연준이 채권 매입을 더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베팅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완화는 연준이 시기상조로 움직여야 하는 압력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핵심 생산자물가(PPI) 자료를 인용하면서 이 지표 역시 더 느린 속도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그 증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PPI나 CPI 중 어느 쪽도 극적으로 또는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풀이했다.

프랑스계 자산운용사인 카미냑의 저절리 마조로스는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을 동반한 느린 경제 성장을 안고 있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2.0'을 떠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리고 그것은 최적의 통화 정책을 달성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마스 헤이스는 "우리는 CPI에서 정말 높은 수치를 얻은 것은 아니다"면서 "CPI가 예상치를 약간 밑돌았다는 사실은 연준이 테이퍼링 실시에 대한 발표 시기를 9월부터 11월까지 저울질할 기회를 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이 테이퍼링 발표 시기를 조금 더 미룰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정말 뜨거울 경우 최근 고용 지표의 약화에도 연준의 손이 조만간 움직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웰스 파고는 "8월 중 헤드라인과 핵심 물가 인플레의 또 다른 둔화는 급속한 인플레이션 속도가 '일시적'이라는 용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우려해 온 FOMC 위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웰스파고는 또 "우리는 11월이나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라는 우리의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시장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01달러(0.01%) 오른 배럴당 70.46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둔화했다는 소식에 주식 등 위험자산이 올랐으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유가는 개장 초 오름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유가는 개장 초에는 멕시코만 여파로 미국의 원유 생산 우려가 지속된 데다 열대성 폭풍 니컬러스가 미국 텍사스주에 상륙했다는 소식에 오름세를 보였다. 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71.22달러까지 올랐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니산트 부샨 원유 시장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레이더들은 미국의 원유생산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허리케인이 미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우를 동반한 열대성 폭풍 니컬러스는 이날 텍사스주에 상륙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미 남동부주 일대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아이다의 여파로 석유 생산 시설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폭풍이 닥치면서 원유 생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부샨 애널리스트는 "멕시코만 지역 많은 석유 및 가스 설비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이며, 이는 그 자체로 유가에 강세 요인이다"라며 "추가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공급을 더 위축시키고, 타이트한 시장 상황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따르면 아이다의 여파로 멕시코만 해안 석유 생산 시설이 가동 중단돼 원유 생산량의 43.6%, 하루 79만3천522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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