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매출 2천억원대 축소 불가피…중장기적 사업 전략 재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KT&G가 미국에서 담배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14일 결정했다.

KT&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궐련은 약 60억개비로, 연간 매출 규모는 연결 기준 매출액의 4.6% 수준인 약 2천463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KT&G는 단기적으로 상당 규모의 매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KT&G는 다만, 미국 현지 법인은 당분간 유지할 예정으로, 영업 재개 여부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거대 시장에서의 판매 중단이라는 전격적인 결정을 한 데는 현지 규제 장벽이 지속해 강화되고 있고, 현지 저가 담배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데다, 영업 유지에 따른 현금 흐름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담배 제품에 대해 엄격한 규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워싱턴주를 비롯해 콜로라도주의 덴버시 등은 멘톨 금지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니코틴 함량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요구하는 규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초 FDA 수장으로 취임 예정인 로버트 칼리프 신임 의장 역시 담배 판매 반대론자이다.

이러한 입법 동향과 규제 움직임에 담배 회사의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해 KT&G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KT&G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판매량을 끌어왔기 때문에 규제 비용 증가는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KT&G는 올해 미국 법무부에 판매 제품 준수 현황에 대한 포괄적 문서 제출 명령, 장기간 FDA 동등성 심사를 위한 기술적 자료 제출 등의 압박을 받아왔다.

아울러 현지 담배회사들이 저가 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동결하고 있는 점도 KT&G에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의 견제에 KT&G는 2019년 12월 반덤핑 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1년 후에야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산업 피해가 없다고 판정을 받았다.

한편, '에스크로 예치금' 역시 미국 판매 중단의 배경이 됐다.

에스크로 예치금은 미국 내 담배 소송이나 미성년자에 불법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프로그램에 쓰이는 기금으로, 미국에서는 에스크로 펀드에 가입한 수입업체에만 현지 담배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KT&G의 에스크로 예치금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기준 2천3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KT&G의 연간 미국 수출액에 맞먹는 규모다.

펀드는 납입 시점으로부터 25년 후부터 순차적으로 환급되지만, 장기적으로 큰 자금이 묶이는 데에 KT&G의 현금 흐름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최근에는 일부 주 정부가 에스크로 펀드 환급을 저지하기 위한 입법도 시도하고 있어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요 수출국이 제외됨에 따라 KT&G는 글로벌 사업 계획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중동에서 안정적인 수출선을 확보하고 해외 개척국도 확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 다변화를 모색한다.

KT&G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지속적인 규제 강화와 시장 경쟁 과열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현지 규제 환경을 점검해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l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7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