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비용 800억 지출에 잡코리아 배당 500억 '단비'

작년 APE 18% 감소…신계약 경쟁력 강화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이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희망퇴직 탓에 그룹 내 주력 자회사 중 나 홀로 역성장했다. 잡코리아 등 투자 자산 이익이 아니었다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웠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 첫해 받아든 성적표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미래의 비용 이슈 리스크를 선제로 해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룹 내 커진 존재감만큼 증명해야 할 경영성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전일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3천916억 원을 잠정 공시했다.

그룹 주력 자회사(은행·카드·라이프·금투·캐피탈·자산운용) 중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곳은 신한라이프가 유일하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14.3%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107.3%)와 신한캐피탈(71.2%)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눈에 띄게 순이익이 증가했고, 은행과 카드, 자산운용도 10~20% 안팎으로 성장했다.

신한라이프의 역성장 배경은 지난해 7월 단행한 물리적인 통합 과정에서 발생했다.

합병 조직의 시너지를 끌어올리고자 '뉴 라이프' 전략을 추진한 신한라이프는 공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높은 퇴직금을 내세운 전략은 적확했다. 250여 명이 몰린 희망퇴직으로 신한라이프는 약 8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그 탓에 지난해 4분기는 102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희망퇴직이 아니었다면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4천5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신한라이프가 연초에 제시했던 경영목표를 10%포인트(P) 웃도는 성과다.

IT 등 인프라 통합도 현재진행형이다. 신한라이프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으로 IT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스템 통합에 사용된 비용은 향후 5년에 걸쳐 상각 처리된다.

지난해 대규모 일회성 비용에도 신한라이프가 가까스로 경영목표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투자 자산 이익 덕이다.

특히 잡코리아에서 유입된 500억 원 남짓의 배당이 가뭄의 단비가 됐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부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의 이익도 연간 실적 목표를 채우는 데 기여했다.

사실 신한라이프는 본연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보험료 부분만 보더라도 제자리걸음을 하기 바빴다.

신계약 성장세를 보여주는 연납화보험료(APE)는 7천5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청구가 줄었던 암 진단 지급 보험금이 이연되며 지급 보험금이 늘자 손해율 증가로 이어졌고, 저축연금 연납화보험료와 수입보험료는 줄었다.

건전성을 증명하는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284.9%로 29.6%P나 악화했다. 금리 상승 탓에 보유 채권의 평가익이 감소하자 RBC 산출 과정의 가용자본이 줄어든 탓이다.

업황 부진과 시장의 변동성이 비단 신한라이프만 겪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조(兆) 단위 빅딜로 탄생한 신한라이프가 증명해야 할 기여도를 고려하면 통합 첫해 성적표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허영택 신한금융 경영관리부문장(CMO) 전일 컨퍼런스 콜에서 "유휴 인력에 대한 희망퇴직으로 합병 효과를 내고자 작년에 비용을 반영했다"며 "상호 보완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것으로 본다. IFRS17이 도입되면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요인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
[촬영 안 철 수]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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