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낮아지는 충격수준, 보험사 군침…발행금리 상승·주식 대비 메리트 부각도



<<※편집자 주 =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권의 전유물이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자본 확충의 급한 불을 끄려는 보험사들의 소화수가 됐습니다. 새로운 회계제도와 감독체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를 향한 우려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위기는 기회를 만듭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우후죽순 늘어난 보험사 자본증권이 갖는 의미를 발행사와 투자자 입장에서 담아 진단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앞으로 보험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한결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킥스(K-ICS)가 도입되면 신용등급 'AAA'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에 적용되는 충격 수준이 'AA0' 등급 이상 금융지주·은행 신종자본증권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발행사이자 투자자인 보험사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일 투자금융업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에 돌입한 일부 보험사가 이런 이점을 적극적인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있다. 새로운 회계제도와 감독 규정에 대비하고자 투자 전략상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무엇보다 호황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과 맞물려 하락 국면을 맞이한 만큼, 최근 보험사 자본성증권의 발행 금리가 상승한 것은 주식 투자와 비교해도 상당한 메리트를 갖게 됐다.

◇은행·보험사, 뒤바뀌는 위험 익스포저…투자 매력 증가 전망

그간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시장에서 최고의 안정성을 인정받는 곳은 '은행'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로서의 위상과 발행사의 'AAA' 최우량 등급 등을 바탕으로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신종자본증권으로서의 금리 메리트를 부각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내년 킥스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투자 메리트가 엇갈리게 됐다. 일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에 적용되는 위험 익스포저가 'AAA' 은행·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보다 줄어들면서다.

보험사는 자본 여력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 탓에 투자 시 위험 익스포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투자물에 리스크가 많이 적용될수록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킥스 도입 시 'AAA' 보험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위험계수는 'AAA' 은행·금융지주보다 낮아진다. 'AAA' 보험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킥스에서 3등급에 해당한다. 'AA+' 이상의 보험사 후순위채 역시 동일한 등급을 인정받는다.

이는 'AAA' 은행·금융지주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와 동일한 등급으로, 'AA0' 이상의 은행·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4등급)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3등급과 4등급에 적용되는 충격 수준은 각각 6%, 11%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킥스에서의 신종·후순위채 투자 등급 매핑
출처 : KB증권




투자 시 위험계수 등을 고려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AAA' 코리안리재보험과 신한라이프생명, 교보생명 등의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관심을 높일 수밖에 없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한화생명[088350]의 경우 'AAA' 등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의 경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격수준에 경과조치가 적용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요소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충격 수준을 10년에 걸쳐 서서히 적용한다. 경과조치에 따라 내년에는 충격 수준의 60%만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AAA'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은 2023년 3.6%의 충격 수준을 적용받는다. 'AAA' 은행·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11%의 충격 수준에 60%를 적용해 6.6%의 위험 익스포저를 인정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이치로 'AA+' 이상 보험사 후순위채 역시 투자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AAA' 은행·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과거 위험계수 4.5%를 인정받았다. 6%의 위험계수를 적용받은 'AAA'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대비 1.5%포인트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킥스 도입으로 이들의 투자 매력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 간 투자가 제한되는 점은 변수다. 보험사의 경우 자본성 증권을 상호 보유할 시 해당 물량만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찍어 자본을 확충하고자 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어지는 셈이다.

◇금리인상기 진입, 기대수익률 증가…주식 투자 이점 뛰어넘을까

최근 금리 인상과 함께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수익률이 높아진 점 역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최근 보험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금리는 4~5% 수준을 웃돌고 있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절대금리가 많이 올라가면서 투자 시장 내 분위기 역시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며 "부도 위험이 없는 곳의 경우 RBC 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투자가 주식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식의 경우 킥스 도입 시 위험계수가 급증한다. 현재 통상 주식 보유금액의 12% 수준으로 적용되는 시장위험액은 킥스 도입 후 상장 시장 등에 따라 급변한다.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상장 주식의 경우 각각 35%, 48% 수준이다. 주식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고려해도 적용되는 위험계수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에 상당한 투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의 경우 킥스에서는 우선주에 준하는 리스크를 인정받는다. 'AAA'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해당하는 킥스 3등급의 경우 충격 수준은 6%로, 경과조치를 고려할 경우 내년 적용치는 3.6%에 해당한다. 투자자인 보험사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을 높아지지만 적용되는 위험 익스포저는 주식 대비 이점이 커지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킥스 도입 시 보험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이 지금처럼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많이 찍을 필요가 없어진다"며 "내년부턴 보험사들의 투자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비교적 위험 익스포저가 적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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