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전 금융권이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이면서 보험사들도 속속 이에 동참하지만 앞으로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행과 비교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 한도가 높다는 점이 부각되며 대출 수요가 집중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고삐를 죄고 있는 만큼 마냥 늘어나는 취급액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이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현대해상도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대형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모두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취지에 동참한 조치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 등 캐피탈 업계는 물론 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권도 40년 만기 상품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소비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사들이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 총원리금상환액을 차주의 일정 소득으로 제한하는 DSR 규제 하에서는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달부터 시행되는 DSR 규제 3단계는 차주의 총대출액 기준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하향된다. 이는 총대출액이 1억 원 이상일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주택담보시장에서 변방에 있던 보험사들이 돈 빌릴 곳을 찾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보험사에 적용되는 DSR 한도는 50%로 은행보다 10%포인트(P) 높아서다.

더불어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35년 만기와 40년 만기 이자가 같다. 은행의 경우 차이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험사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금리를 적용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통상 아파트 매매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까지는 한두 달의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되는데,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 실행일(은행)보다 신청일 기준으로 금리를 적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이미 발 빠른 대출 수요자들은 보험사의 문을 두드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잔액은 지난 2020년 말 48조636억 원에서 2021년 말 50조9천7억 원으로 3조 원(5.9%) 가까이 늘었다.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했다지만 대출액 증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투자수익률을 높을 좋은 투자처다.

실제로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6%를 돌파했다.

교보생명의 '교보프라임Hybrid모기지론(3년고정후 6개월변동)'의 금리 상단이 6.38%를 기록했다. 직전 달 평균 취급 금리가 5.09%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1%P 넘게 상승한 셈이다.

푸본현대생명의 푸본현대생명 주택담보대출은 5.66%, 한화생명의 '홈드림모기지론(변동금리)'는 5.54%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과 한국은행의 후속 조치를 고려하면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금세 7%를 돌파하리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마냥 대출 취급액을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높아지면서 2금융권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진데다 한도 상 이점으로 최근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무조건 취급 잔액을 늘릴 순 없다. 위험관리 차원에서 가계와 기업, 신용의 비중의 캡이 있는 데다 취급 잔액이 과도할 경우 은행처럼 규제를 받을 수 있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보험사의 대출 취급 잔액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생보 3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주담대 잔액이 늘어난 폭이 1% 수준에 그쳤다"며 "DSR 한도 차원에서 보험사 주담대 수요가 늘고 있다지만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확대되는 상황은 아니다. 주택구입 실수요자의 편의 등을 고려해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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