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이규선 기자 = 엔화 가치가 최근 24년 만에 가장 큰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수출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국 통화 가치가 동반 절하되면서, 우리나라 원화도 이달에는 엔화에 버금가는 약세에 빠진 모습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엔저가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원화 약세를 함께 고려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화 약세로 외국인의 국내 자본이탈 우려 등이 번지는 만큼 엔저보다 원화 절하에 대한 경계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만만치 않은 원화 약세…엔-원 환율 추락에 '급제동'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 거래일 엔-원 재정환율은 960.10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지속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달러-원 환율이 약 13년 만에 1,300원대로 급등하면서 엔-원은 하락세가 제한됐다.

월초 엔-원 환율은 950원 중반대로 시작한 이후 931.77선까지 레벨을 낮췄는데, 최근에는 엔화 약세에도 낙폭이 추가로 확대하지 않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번)에 따르면 이달 중 달러 대비 엔화는 -4.86% 절하됐고, 원화는 -4.70% 가치가 떨어졌다. 연초 이후에 엔화가 -14.87%, 원화가 -8.43% 각각 가치가 하락한 점에 비하면 최근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은행의 한 딜러는 "엔화 약세는 미 국채 금리가 빠지면서 완화되는 분위기"라며 "단기적으로 달러-엔이 136엔 선을 뚫고 올라가기 어렵고, 달러-원 환율도 레벨 하단이 받쳐지는 분위기로 당분간 엔-원도 지금 레벨을 등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대해서는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 판단이 달라지거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기조의 변화 등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엔화가 그동안 계속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소비자물가가 계속 2%대로 나오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금리 차이가 축소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전년 동월과 비교해 2.1%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일본 재무성 개입 우려에 달러-엔 환율이 반락할 수 있다"며 "달러-원 환율도 지금보다 더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엔-원 재정환율은 횡보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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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저보다 원화 약세 더 우려…"韓경제, 직접적 타격 받을 수도"

전문가들은 엔저가 지속할수록 우리나라 수출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엔저는 일본과 수출 경합 품목이 겹치는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과거보다 양국의 수출 경합도는 떨어졌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위주로 한 분야에서 수출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화 약세 폭이 가팔라지는 상황도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수출입기업이 해외에서 원자재 및 원료를 수입하고, 중소기업은 내수 판매 비중이 높아 통화가치 절하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엔화가 저평가되면 우리나라 수출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며 "달러-원이 1,300원을 넘었지만, 엔화 저평가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엔저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우리 통화 저평가 자체"라며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떨어졌다는 의미인데, 하반기 해외 경제 둔화 우려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원화 약세가 자본유출 우려를 촉발하는 만큼 경각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장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와 같은 달러-원 상승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로 인한 한국 수출 경쟁력이 둔화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와 자본유출이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수출/수입 등 무역 여건으로만 환율이 결정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장기적으로 여행과 의료, 금융 등 분야 선진화로 서비스 수지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엔-원 재정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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