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이 제공하는 금융 위험에 대한 방어 효과가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 8월 22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개최한 '동아시아의 금융 안전망' 주제 회의에서 이창용 총재가 기조연설을 한 내용을 16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총재는 이 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축적된 외환보유액이 제공하는 첫번째 방어 효과가 훨씬 강력해졌다는 사실은 데이터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아시아의 외환보유액 수준은 1997년 이후 거의 10배가 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997년의 8.0%에서 2021년의 23.5%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개선의 정도에 평가 점수를 주면서 "이는 매우 강한 'A' 등급을 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첫번째 위기 방어기제로 꼽은 외환보유액에 대한 설명 이후 아시아의 역내금융안전망(RFSN)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그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경우 대출 능력을 키우고 프로그램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 개선도 있었지만 실제 어느 특정 국가가 CMIM을 이용한 실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CMIM의 운영 방식을 약속에 기반한 시스템에서 제도화된 펀드에 자본을 불입하는 방식으로 바꿔 펀딩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의 스와프 네트워크를 통한 CMIM의 조달 방식은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며 "이 근본적인 결함이 CMIM가 출범 이후 이용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는 이유중 하나이며,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위기가 시작되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아시아 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는 개시 이후 규모가 4배 이상 커졌고, 유동성도 증가하는 발전이 있었다.

이 총재는 다만 "아시아 전반에 지역 화폐로 거래되는 채권시장의 발전이 매우 불균등하다"며 "대부분의 외환보유액이 달러와 유로며, (해외 채권투자에서) 역내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작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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